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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8시 20 가이드를 만나기로 했는데 7시 30 일어나버렸다. 한 명 씻는데 20분씩만 해도 아침식사는 물 건너갔네흑흑그래도 KL에서처럼 가이드가 조금(?) 늦게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내려갔는데 로비에는 벌써부터 가이드 아저씨가 Mr. Kim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앞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안경을 쓴 중국계 아저씨인데 왠지 사람이 좋아보인다. 바로 옆 말레이시아 호텔에서도 호주에서 왔다는 말레이계 할아버지 한 분이랑 호주계 할머니가 팔짱을 끼고 걸어나오셨다. 서로간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나서 봉고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우산 안 가져왔는데…ㅠㅠ 그러나 준비성이 투철한 우리의 가이드 아찌, 부시럭거리며 어디선가 우산 3개를 꺼내 보이더니 씨익 웃는다. 만세! ^^ 

1.Kek Lok Si

 

1890년에 착공하여 20년에 걸쳐서 완공된 켁록시 사원은 말레이시아 최대의 불교 사원이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칼을 들고 입구를 지키는 험상궂은 표정의 거대한 황금 나한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근육이 올록볼록, 잘못들어왔다가 맞아죽겠네…^^;;



그리고 곧이어 거대한, 너무나도 거대한, 정병과 보리수 가지를 든 관음보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웅장한 자태에 넋이 빠져 있다가 위쪽으로 올라가니 탑이 하나 보인다. 세어보니 모두 7층인데, 탑의 아랫부분은 중국, 가운데는 타이, 윗부분은 미얀마(버마)의 양식에 따라 만든 것이라고 한다. 취향 참 특이하네. 그래도 뭐 멋있긴하다만…^^;;  

그 외에도 수백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천불전과 사천왕상, 거북이 연못 등도 무척이나 볼만했다.

 

 


2.Penang Hill

 

페낭 힐을 오르기 위해선 페낭 힐 아래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야 한다. ‘산을 오르는데 왠 기차역?’하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으나 그곳은 바로 산을 오르는 기차 쿠리쿨라이 열차가 있는 곳이다. 왕복티켓(4RM)을 끊어서 안으로 들어가니 생긴 것 자체가 산 쪽으로 비스듬하게 경사진 열차가 있었다. 해발 820m인 페낭 힐은 이 열차를 타면 30분만에 오를 수 있지만 걸어서는 4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체력에 자신 있으신 분들만 도전해 보시길…^^;;

 

 

산 위로 가는 열차는 세계에서 스위스의 알프스와 이 곳, 이렇게 두 곳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과연 열차에 탑승해보니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적혀있다. 내심 영국은 말레이를 점령해도 이런 걸 많이 만들어줘서 얘네들이 나중에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는구나, 하고 부러워(?)했는데 알고보니 이건 옛날 영국이 말레이시아를 점령했을 때 페낭 힐에 있는 탄광을 캐기위한 목적으로 말레이인들을 혹사시켜 놓아진 기차라고 한다. 하여간에 이놈이나 저놈이나…-_-;;; 

잠시 후 안내 방송과 함께 기차가 산 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을 바싹 타고 올라갔는데 점점 기차가 땅에서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숫제 공중에서 철로 하나를 두고 줄타기하는 격이다. 알고보니 산에선 지면이 고르지 못하므로 철근으로 밑을 받쳐 올리고 그 위에 철로를 깐 것이다. 기차가 옆으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세상이여 이젠 안녕, 할 판이다. 어쩌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필자만 그렇게 느낀걸지도…-_-;; 어쨌든 덕분에 필자는 또다시 자신의 고질병(?)을 원망해야만 했다. 그러나 공포증도 잠시,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안개 낀 산을 기차를 타고 오르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못할 정도였다. 정말 온몸에 전율이 일다 못해 닭살이 일 정도였으니…^^;; 그만큼 멋졌다!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기차는 중간 역에 섰고 거기서 더 위로 올라가는 기차로 또다시 갈아탔다. 거기서 다시 15분 정도 더 올라가노라니 조그마한 터널을 하나 통과하며 기차는 산 정상에 닿았다. 기차에서 내려 아까 가이드로부터 받은 우산을 받쳐 쓰고 산 위의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전망대가 있었는데 비가 내리고 안개까지 껴서 안타깝게도 그 전망 좋다던 페낭 힐의 전경을 감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개이겠지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안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힌두 사원과 이슬람 사원, 호텔, 음식점등 조그만 산 정상에 그래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거기서 놀면서 사진도 찍고 하다보니 어느샌가 비가 그치더니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잠시 눈빛을 교환한 필자와 사촌은 아까 그 전망대로 죽어라고 뛰기 시작했다. 헐떡이며 전망대에 도착하자 과연 안개가 조금씩 걷히더니 아름다운 페낭 섬 내부의 전경과 바닷가, 본토를 연결하는 페낭 대교가 환하게 드러났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우리는 한동안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한참을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되어서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3.Khoo Kongsi
 

쿠콩시 역시 중국말을 소리나는대로 적은 말로 한자로는 公社, 즉 구공사이다. 여기서 구()는 성()씨고 공은 관우공, 유비공 할 때의 공()이며 사는 불국사, 현충사 할 때의 사()이다. 즉 구씨 가문 어르신의 위패를 모신 사원을 뜻한다. 이곳은 중국 대륙 남부에 뿌리를 둔 구 씨 문중의 조상을 못니 사원 겸 회합 장소인데 1884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02년에 중국에서 장인을 모셔와서 다시 지은 거라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자 구씨 문중의 가계도와 이주 역사, 유물이 보관되어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필자와 사촌은 남의 가계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사진하고 유물만 구경하고 있었는데 동행인 호주인 부부는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있는 모습에 왠지 약간 부끄러웠다.

 

밖으로 나와 2층으로 올라가려니 가이드가 계단 좌우에 놓여있는 부처상들을 가리킨다. 부처라기보다 꼭 금복주(?)처럼 생겼는데 오른쪽은 울고 있고 왼쪽은 울고 있다. 웃는 부처 머리를 쓰다듬으면 복이 온다고 한다. 그럼 우는 부처를 쓰다듬으면 재앙이 오는가? 그럼 구태여 왜 앉혀놨지…-_-;; 가이드보고 묻자 약간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모르겠단다. 히히

 

한가운데로 가자 구씨 문중의 조상의 영패와 신주가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모셔져 있는 방이 나왔다. 그리고 이곳 역시 가운데의 제단에선 향이 타오르고 있었다. 후손 잘 둬서 죽어서도 호강하시네요. 부럽네요…^^ 아니지, 후손들이 조상 잘 둬서 호강(?)하는 건가? -_-a

 

 

바로 왼쪽 방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전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다는 구씨 집안 사람들이 보낸 기념패들이 가득 차 있는 방이 있었다. 주로 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보냈다는 기념패의 내용은 미국 하버드 대 물리학 박사 구 아무개’, ‘영국 대기업 모모 기업 사장 구 모씨이런 식으로 주로 성공했다는 자랑(?)을 금테 둘러 보낸 기념패들이었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이 이 기념패를 이 방안에 보관하려면 거액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니 자랑하든 말든 별로 뭐라 할 사람도 없겠다…^^;;

 

가운데 방을 통과해서 후원 쪽으로 들어가자 벽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팔선도(八仙圖), 삼고초려도(三顧草廬圖) 같은 그림들이었다. 필자가 유비, 관우, 장비를 보고 아는 체를 하자 중국계인 가이드가 무척 기뻐하면서 약간은 자랑스러운 눈치다. 내가 벽에 적혀있는 한자를 그냥 우리나라 식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니 중국식으로도 대강은 비슷한지 무척이나 기뻐하며 하나하나 뜻을 다 설명해준다.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는 아저씨다…^^

 

바깥으로 나오려는데 가이드가 처마 한쪽 끝으로 데리고 가 위를 가리킨다. 올려다보니 커다란 금붕어 같이 생긴 장식이 달려 있다. 또다시 반대쪽 처마 끝으로 가보니 용장식이 달려있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식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비가 오면 지붕이 삼각형임에도 불구하고 기와 사이사이에 어느 정도 물이 고인단다. 그리고 물들은 물길을 따라 그 금붕어 장식과 용 장식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다 물이 어느 정도 고이면 금붕어와 용의 턱이 물의 무게에 눌려 결국 입을 벌리며 물을 쏟아낸다고 한다. 일종의 배수구인 셈이다. 금붕어와 용으로 배수구를 만들고 그 입으로 물을 쏟아내게 한다니. 그 발상이 재미있지 않은가…^^

 

드디어 점심 시간이 되었다. 분명히 이 투어에는 중식이 포함되어 있으렷다! 아침 식사를 못해 무척 배가 고팠기에 잔뜩 기대를 했다. 가이드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깔끔한 중국식 식당이었는데 무척이나 친절했다. 앉기 좋도록 의자를 일일이 뒤로 빼주고 숟가락과 포크를 하나하나 놓아주고 심지어는 밥과 국도 미리 떠놓은걸 들고 오는 게 아니라 일일이 그릇을 앞에 놓아주고 따로 퍼 담아주었다. 송구스러워라…^^;; 잠시 후 생선을 갈아 만든 튀김깐꿍(시금치 비스무리한건데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볶은 것), 두부 조림이 나왔다. 서비스만큼이나 음식 맛도 좋았다. 필자와 사촌과 말레이계 할아버지는 어찌나 맛있던지 밥을 두 그릇(한 그릇 더 달라니까 더 주더라…^^;;)씩이나 먹었는데 호주계 할머니는 아무래도 이곳 음식이 안 맞는지 약간 고생하시고 있었다. 일종의 컬쳐쇼크(?)랄까…^^;; 차도 잔이 비면 따라주고 또 비면 따라주고, 마지막엔 후식으로 수박까지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필자와 사촌은 정말 맛있고 친절한 곳이다. 또 오고 싶네.”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안따라오길래 뒤를 돌아보니 말레이계 할아버지가 심지어는 종이와 펜을 꺼내 들고 가게 간판 이름을 적고 있는게 안니가! 할아버지 그러다 할머니하고 부부싸움 나셔요…^^;;

 

다음으로 간 곳은 Batik Factory인데 이건 콸라룸푸르에서 설명한 것과 거의 비슷하므로 그냥 넘어간다.
 


오후(p.m.)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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