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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제 못 올라가 본 페트로나스 스카이 브릿지 때문에 우리는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 LRT를 탔다. 그런데 어제 KL Sentral(역방향)으로 갔다가 KLCC(정방향)으로 갔던지라 무의식중에 착각을 해버려서 반대 방향으로 타버렸다. 다행히 KL Sentral은 가운데서 LRT를 타는 형태라 표를 다시 끊을 필요가 없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실수다…-_-;;
LRT를 타고 다시 KLCC로 가는데 한 정거장에서 아기를 안은 어떤 부인이 LRT에 탔다. 사람도 무지 많고 자리도 만원사태. 그러나 그 부인을 보자마자 바로 어떤 젊은 아가씨가 일어나 자리를 비켜준다. 다음 정거장에서 매우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올라탔는데 이번에도 아기 엄마 옆자리에 앉은 한 아저씨가 잽싸게 자리를 비켜준다. 오오… 감탄…+.+ 그렇다. 이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한국만의 미덕이 아니었던 것이다. 예전엔 한국의 그런 면을 보고 본받자며 외국에서 난리쳤는데 요즘엔 오히려 우리가 도리어 배워야 할 판이다. 우리 나라도 솔직히 예전 같지 않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버스에 타시면 자는 척하거나 창 밖만 내다보는 얌체들도 태반이다. 우리나라에선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게 일종의 예의며 미덕이라 안 지키면 그만이라면, 이 나라에서는 신체 건강한 멀쩡한 사람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왔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는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외국에도 소문났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예절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바램이다.
KLCC역에 도착하자 갑자기 사촌이 지하철 선로 앞을 두리번거린다. 왜 그러지? -_-a 그러더니 묻는다.
“형, 여기는 왜 지하철에서 역으로 내리는 입구를 투명한 아크릴 벽 같은 걸로 감싸놨지?”
아하, 그게 궁금한 거였구나.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도 모두 열대 지방이라 이곳에선 실내로 들어가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지하철 역에서도 에어컨이 가동 중인데 만약 선로 쪽을 막아놓지 않는다면 전력 소모가 극심하다고 한다. 따라서 지하철 선로 쪽은 투명한 아크릴 벽으로 막혀있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거기에 설치된 자동문이 지하철 자동문과 함께 열리는 방식이다. 물론 지하철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설명을 듣던 사촌이 갑자기 눈빛을 빛낸다.
“그렇담 여기선 자살하기도 쉽지 않겠다. 짱돌 하나 집어들고 아크릴 벽 깨질때까지 열나 두들겨야겠네.ㅋㅋ”
어이구, 생각을 해도 꼭…^^;;
지하도를 따라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쪽으로 나왔다. 곧이어 웅장한 쌍둥이 빌딩과 가운데 걸려진 멋진 스카이 브릿지가 눈에 들어온다. 와! 오늘은 드디어 저 멋진 스카이 브릿지에 올라가 보는구나… 감격, 흑흑… ㅜㅜ 신이 나서 어제 봐두었던 페트로나스 투어(?) 신청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프론트에서 한 말레이 여성이 앉아 있길래 눈빛을 빛내며 지금 입장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그 여자가 가르킨 표지판을 보니… 월요일은 휴무라네… 쿠쿵… 아아… 날 두 번이나 거부하다니… 흑흑…ㅜㅜ
한동안 헤어날 수 없는(?) 충격에 빠져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호텔 나서기 전 기념 촬영, 심하게 역광.ㅠㅠ)
버스 타는 시간이랑 점심 시간이 겹쳐있어 점심을 거를 위기(?)에 봉착했으나 다행히 어제 KLCC에서 샀던 빵이 조금 남아서 물 한 모금과 빵 2개를 개눈 마파람 감추듯 먹어치웠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런데 이게 원흉이 될 줄이야…-_-;;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속이 안 좋더니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은 얼굴이 거의 사색이 되어간다. 죽을 힘을 다해 나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다, 결국은 이러다 죽겠다싶어 여기서 내려달라고 떼를 써보고자 버스 기사 옆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다른 어떤 말레이계 아저씨 한 명도 필자와 똑같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버스 기사쪽으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컥, 필자는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처음 경험했다…^^;;
결국 사촌과 필자, 그리고 그 말레이 아저씨는 페낭 가기 바로 앞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내려졌다. 그래도 일단 터미널에 내려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쨌든 그때부터 나와 그 말레이 아저씨는 화장실을 찾아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간신히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이곳 역시 유료화장실이다. 필자가 20센트를 내고 들어가려는데 말레이 아저씨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가뜩이나 사색이던 얼굴이 이제는 새하얗게 질린다. 동전이 없었던 것이다. 푸헐…;; 거의 울듯한 표정이길래 그 아저씨에게 동전 하나를 건네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아마 그 아저씨 역시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이 없었지 싶다…^^;;
제정신(?)을 차린 후에야 알고보니 우리가 내린 곳은 Butter Worth 터미널이었다. 다행히 이곳은 페낭 섬으로 가는 페리가 있는 곳이다. 페리 터미널은 버스 터미널에서 무척 가까웠다. 걸어서 그곳까지 가서 페리 티켓을 샀는데 가격도 60센트(210원)밖에 안했다. 빨리 내리는 덕분에(?) 오히려 싼값으로 좋은 경험을 하나 하게됐다고나할까…^^;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었다. 우리도 잠시 앉아서 쉬다보니 페리가 도착하고 탑승하라는 신호가 온다. 페리는 무척이나 거대했는데 배라기보다 평평한 것이 마치 움직이는 2층 건물 같았다. 아래층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고 윗층은 일반 승객들이 탑승하는 곳이었다. 잠시 후 부우,하고 뱃고동이 울리며 페리는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옆쪽에는 건조 중이거나 운행하는 많은 배들이 보이고, 그 뒤편으로는 한국의 현대 건설이 놓았다는 유명한 페낭 대교가 보였다.
호텔 프론트에서 트윈룸으로(1박에 80RM)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내일 투어에 관해 문의해보았다. 프론트의 아가씨가 카탈로그를 내미는데 어차피 모래 아침에 싱가포르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Full day Tour(일인당 55RM에 점심식사 포함)가 적당할 것 같아 바로 신청을 했다. 호텔방에 짐을 풀어놓고 근처 식당에서 BBQ 스테이크를 시켜먹고 편의점에서 먹을걸 잔뜩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별로 한 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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