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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파스 붙여 놓은 데가 화끈 화끈거린다. 파스를 떼고 움직여 보니 어제보단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세면을 하고 호텔 라운지에서 토스트와 주스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 로비로 갔다. 어제 Genting highland Tour를 신청해두었던 것이다. 잠시 후 뚱뚱하고 덩치 큰 말레이계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왔다.
“Are you Mr. John?”
아니라고 대답하려고 했으나 그 사람이 내민 명단을 보니 내 이름 같기도(?) 하다. 내가 어제 체크인 할 때 ‘Jongoh Kim’으로 기입했는데 프론트의 중국계 아가씨가 내 성이 ‘Jong’이고 이름이 Oh Kim인줄 알았나 보다. 아시다시피 중국계 또한 우리나라처럼 성(Sirname)이 앞에, 이름(Given name)이 뒤에 온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그 중국계 아가씨가 ‘Jong’을 ‘John’으로 여행사에 불러주는 바람에 졸지에 Mr. John이 되버린 것이다. 성이 존이고 이름이 오킴이라… 헐…-_-;;;
우리는 가이드가 끌고 온 봉고차에 올라타고 말레이시아 관광안내센터(MATIC)로 갔다. 1935년에 세워진 이곳은 원래 주석 채굴업자인 Eu Tong Seng의 집이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일본군의 전쟁 사령부와 영국군의 전쟁 사령부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후에는 말레이시아의 첫 번째 국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여러 왕들이 이 건물에서 즉위식을 거행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다 1988년에 관광안내센터로 바꿨다는데 안에는 시청각실, 기념품점, 식당 등이 있었다. 그 중 시청각실에서 말레이시아 관광 홍보 영상물을 보고 다시 입구로 모였다. 입구 쪽에는 우리말고도 여러 관광버스와 관광객들이 모여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든 투어의 관광객들은 각각 다른 호텔에서 픽업되어 이곳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버스를 배정해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잠시 기다리노라니 가이드인 뚱뚱하고 덩치 큰 아저씨가 동승할 여행객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약간 나이든 부부 두 쌍과 10대로 보이는 아가씨 한 명, 그리고 과묵한(?) 아저씨 한 명 등 모두들 인도 사람들이었다. 서로 간에 대강 눈인사를 나누고, 가이드로부터 같은 관광사 투어라는 표시인 노란색 스티커를 받은 후 봉고를 타고 Genting Highland를 향해 출발했다. 나는 Genting Highland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KL 시내를 벗어나서 40분 정도를 달리니 산이 하나 나오고, 또 그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20분 정도를 더 가서야 Genting Highland 정상으로 우릴 데려다 줄 아시아에서 제일 긴 거리를 자랑하는 Cable Car Center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매표소에서 7RM하는 왕복 티켓을 구입했는데, 그 중 한 아저씨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차로 올라갈 것을 주장했다. 물론 다른 길이 있긴 하지만 그 길을 택하면 무척 오래 걸린다고 가이드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한 끝에 그 사람을 간신히 설득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러 안으로 들어가자 무척이나 줄이 길었다. 꽤나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총 8명을 태울 수 있는 케이블카였는데 사람이 많아서 나누어 타야만 했다. 케이블카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는데 사실 나도 약간의 고소공포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타고 가는 내내 손에 땀이 가득 고였다. 게다가 나는 기압의 변화에도 민감한 편이라 해발 1700M라는 Genting Highland 정상까지 가는 동안에는 펌핑을 해줘도 계속 귀가 멍한 상태였다. 참, 나도 가지가지 한다…-_-;; 올라가며 내려다보이는 산 속과 절벽들의 멋진 풍경은 나의 고소 공포 증세를 어느 정도 희석시켜주었다. 또한 올라가는 중간중간에 원시인 부락의 모습을 본떠 만든 마네킹들과 숲 속의 동물들도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케이블카는 드디어 산 정상 Genting Highland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Genting Highland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해보았는데 과연 이곳은 뭐 하는 곳일까. 나도 솔직히 도착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이 높은 산꼭대기에는 고급 레스토랑, 다양한 전통 음식점, 호텔 등의 시설은 물론, 테마 파크(놀이 동산), 18홀의 골프코스, 승마, 정글 트레킹 등의 위락 시설, 그리고 이곳을 무엇보다도 유명하게 만든 말레이시아 유일의 공인 카지노가 있다. 이 높은 곳까지 자재들을 끌고 올라와 거대한 규모의 레저 타운을 만들어 놓다니 참 재주도 좋다. 어쨌든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는 이곳의 시설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후
테마 파크 입구에서 주황색의 종이 팔찌로 된 자유 이용권을 39RM 주고 구입해서 팔목에 하나 걸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들어가자마자 보이던 회전 그네(우리 나라에도 있는데, 그네 같은 줄들이 회전목마처럼 원을 그리며 빙 둘러져 있고 돌리는 속도를 높여 그네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하늘로 붕 띄우는 기구다.)를 탔는데 그네에 앉아 안전장치를 하고 중심 축이 돌기 시작하자 몸이 돌면서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필자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어 거의 모든(회전 목마나 다람쥐통 같은걸 제외한…;;) 놀이 기구에 약하다. 덕분에 남들보다 몇 배로 아찔한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은근히 즐기는 듯한…-_-;;) 그리고 언제나 그런거지만 왠지 이런 영세(?)한 놀이 기구들은 무서워서 무섭다기보다 줄이 갑자기 뚝 끊어질까 봐 두려웠다…^^;;
그 다음에는 30분 가까이 기다려 미니 청룡열차(?)를 탔는데 이리 저리 종횡무진하는 열차에 나는 손에 땀이 가득한데 사촌 동생은 별로 감흥이 없나 보다. 그러면서 저 멀리 보이는 진짜 롤러코스터를 탈꺼라며 벼른다. 그러나 이미 오후 1시쯤이었고 배도 고팠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킨버거밀(또 치킨버거다…OTL)을 먹고 좀 모자라다 싶어 컵옥수수를 사서 손에 들고 자이로드롭(꽤나 유명하니 모두들 알지 싶다. 사람들이 앉은 의자가 무척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는…)을 타는 곳으로 갔다. 줄이 길 줄 알았는데 무서워서 사람들이 기피하는건지 의외로 사람들이 적었다. 입대 전에 롯데월드에서 한번 타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타고야 말았다. 학습성 없는 필자…-_-;; 결국 의자에 앉아 보호 장치를 하고 나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기계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올라가면서 밑의 풍경들은 작아져만가고 내 간도 그만큼이나 작아지는 것 같았다. 올라가면서 거의 눈을 감다시피 했는데 꼭대기에서 갑자기 기계가 덜컹하고 멈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무심코 눈을 떴는데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땅. 멈칫하며 놀래려는 순간 갑자기 기계가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진다. 그야말로 만유인력을 온 몸으로 체감하며 입에서 악, 소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온다.
“으아아아악~~~~ T.T”
마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거의 다 내려와서 휴,하고 한숨을 쉬려는데 또 올라간다. 으악. 그러고 또 내려갔다. 결국 그 짓을 3,4번을 반복하고야 기계는 땅에 닿았다. 켁, 한국에서는 그래도 한번으로 끝났는데 여기는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지. 덕분에 필자, 이국 땅에서 까무러칠뻔했다…ㅠㅠ
비틀거리며 줄 밖으로 나온 필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타고 싶지 않았으나 사촌 동생이 롤러코스터는 꼭 타야겠단다. 그래서 혼자 타라고 했으나 무조건 같이 타야 한다고 우긴다. 여행다닐 땐 내가 주로 끌고 다녔는데 여기 와선 거꾸로 된 듯한…-_-;; 필자, 오래 살고 싶었기에 다시 한번 설득해본다. 그래도 자이로드롭은 저번에 실수로(?) 한번 타봤기에 다시 탈 수 있었지만 롤러코스터는 머리털 나고부터 무서워서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촌이 놀란다.
“세상에, 24살이 되도록 한번도?”
아… 드디어 말빨이 먹히는구나. 속으로 안도했으나 갑자기 사촌은 표정이 결연해 지며 필자를 잡아끈다.
“그렇다면 더더욱 타봐야겠네.”
켁, 누가 말려? 결국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기다리는 줄에 서 버린 필자, 그의 운명은… 두둥! 이건 인기가 많아서인지 거의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탈 차례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을 때 갑자기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새하얗게 밀려왔다. 환상적인 분위기랄까, 오히려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랄까, 어& #51780;든 이런 상황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된 듯싶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서 줄이 딱 끊겼다. 필자는 사촌에게 물었다.
“어느 쪽에 앉는 게 제일 덜 무서울까?”
사촌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아무래도 앞쪽이 제일 무섭고, 가운데는 별로고, 뒤쪽은 약간 들리기 때문에 두 번째로 무섭지…”
이에 필자는 사촌을 살살 꼬드긴다.
“그럼 우리 가운데 타자, 응?”
사촌은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싫어, 기왕 돈 주고 타는 건데 최대한 무섭게 타야지…”
켁… 그러나 이런 설득은 결국 쓸모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한번 더 설득해보려는 순간 갑자기 직원이 오더니 2명 더 들어오란다. 안으로 들어가니 맨 뒷자리만이 남아있다. 꽥! 결국 창백한 얼굴로 걸어들 어간 필자와 태연한 표정의 사촌… 그야말로 비교체험 극과 극인건가…-_-;; 갑자기 기계가 안움직였으면하는 나의 엉뚱한 기대를 저버리며 열차는 아주 부드럽게 자알~ 나가기 시작했다. 높이 경사진 곳을 점점 올라가더니 갑자기 휙하고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으악~~~~"
열차는 안개를 뚫고 잘도(?) 달린다. 곤두박질치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공포의 코스, 거꾸로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돈다. 필자는 비명지르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열차가 멈춰섰을 때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촌이 피식거리며 좋아한다. 뭐가 그리 좋냐! 벌억! -_-+ 아이고, 이국 땅에서 체면 다 구겼네…-_-;;
어쨌든 다시 1시간이 걸려서 우리는 숙소인 말라야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텔 카운터로 가서 우선 1박을 추가하고, 내일 오전에는 Country Tour를, 오후에는 City Tour를 신청했다.(70RM) 그러고는 그 길로 식사나 하러가자 싶어 밖으로 나왔다. 차이나 타운을 헤매다보니 멀리에 커다란 건물이 한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자 Central Market이라고 적혀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싶어서 여행 노트를 펼쳐보자 여기도 꽤나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원래 노천 시장이었는데 나중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나름대로 현대적인 건물형태로 보수되었다고 한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갔는데 보석, 목공예품, 바틱, 주석 제품,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도 무척이나 많았으며 캔버스를 걸어놓고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들, 등잔같이 생긴 도구로 천에 점점이 색깔을 수놓는 바틱 화가들도 꽤나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2층 역시 토속적인 기념품 점들이 즐비했는데 그곳을 다 보고 빙 둘러서 내려오려니 전통 음식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게 보였다. 결국 거기서 Ginger Beef Fried rice(생강 소고기 볶음밥?)로 저녁 식사를 하고 음료수를 시켰는데 나는 그냥 늘 마시던 콜라로, 사촌은 특이한 걸 먹어본다며 ‘SARSI’라는 밤색 캔에 든 음료수를 시켰다.
캔에는 말레이어와 이슬람어로 뭐라고 적혀있어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했고 일단 먹어보자며 한입 들이키던 사촌이 괴상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러냐 물으니 반창고 맛이 나는 음료수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너는 반창고 먹어봤냐. 반창고 맛이 어떤 줄 알게.”
…라고 대답하니 일단 한번 먹어보란다. 먹어보니 진짜 반창고 맛이라고 밖에 표현 못할 특이한 향취와 맛이 났다. 내 참…-_-;; 정말 그 말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정 궁금하신 분들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지에서 쉽게 살수있는 이 음료수를 한번 드셔보시길…-_-;;
식사 후 우리는 오늘 이상한 거(?) 먹어본 김에 아예 특이한 이국 과일들을 체험해보자며 가까운 대형 마트에 갔다. 거기서 열대과일인 Mango, Star Fruit, Dragon Fruit, 거봉 비스무리한 녹색 포도, 컵라면을 사 가지고 반다르 거리(Bandar) 쪽으로 해서 돌아오는 고층 건물들이 높다랗게 솟은 도심 속에서 뭔가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힌두교의 온갖 신들의 모습이 조각된 현란한 탑이 눈길을 끈다. 알고보니 이 건물이 KL 최대의 힌두 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아만 사원(Sri Mahamariamman)이다. 1873년에 건립되었다는데 입구 쪽에는 신에게 바칠 꽃다발과 바나나 다발 같은걸 쌓아놓고 팔고 있었고 안쪽에서는 힌두교도들이 그들의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신발을 둘 마땅한 장소도 없었고 손에 먹을걸 잔뜩 들고 있는 상태라 실례다 싶어 입구 쪽에서 기웃거리기만 하다 호텔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구입한 과일을 대강 씻어서 신문지 위에 올려놓은 후에 시식을 했는데 맛은 다음과 같다.
*망고(Mango) - 우리나라에도 파는 망고 주스 맛이랑 대략 흡사. 과즙이 달고 맛있다. 제일 양호!
*용 과일(Dragon fruit) - 겉보기에도 무슨 용 비늘 비슷하게 생겼는데 크기는 부사(사과)만하고 안을 까보면 대략 키위 안의 깨 비스무리한 게 잔뜩 들어있음. 맛은 키위에서 단맛을 제거한 맛없는 맛(無맛?)이다.
*별 과일(Star Fruit) - 썰어놓으면 진짜 별 모양처럼 희한하게 생긴 녹색 과일, 맛은 짭짜무리하고 시면서 안 매운 피망을 먹는 기분… 반은 버렸다…-_-;;
*포도 - 껍질이 잘 안까지긴 해도 울 나라 포도랑 흡사, 거봉이랑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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