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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ultanate’s Palace(Perbadanan Muzium Melaka)
다시 나온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나무로 만들어진 술탄의 궁전이었다. 알고 보니 아침에 맨 처음으로 갔었던 산티아고 요새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진짜 술탄 왕궁은 아니고 박물관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말라카 사기(史記)에 따라 그 양식을 철저히 고증해 목재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입구에는 왕궁을 지키는 고대 말레이시아 병사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서너명 앉아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2RM을 내고 입장하자 말레이시아의 문화, 역사를 말해주는 유품들과 고증을 거쳐 만들었다는 다양한 전통복을 입고 있는 밀랍인형들이 그 당시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아까 잠깐 소개했었던 정의의 용사 Hang Jebat의 전설을 담은 캔버스화도 여러 폭 전시되어 있었다. 대강 해설과 그림을 보니 Hang Tua라는 또 다른 높은 신분의 인물과 3박3일(3박 3일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3박 4일도 아니고?) 간에 걸친 명예로운 결투 끝에 Hang Tua의 단검에 중상을 입어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밖에도 내가 한 때 즐겨하던 디아블로2 게임의 사막에서 자주 등장하던 아이템, 구불구불하고 길쭉한 불꽃 모양의 검인 크리스(Cris)와 술탄들이 썼다는 터번 등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운데의 방에 있는 술탄에게 꿇어 엎드려 경의를 표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고증해 놓은 곳이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줬는데 바깥에서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군데 군데 세워놓은 기둥, 가로 막힌 유리창 등으로 사진 촬영이 용이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네델란드 무덤인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그곳의 지도에는 DUTCH GRAVEYARD(네델란드 무덤)이라고 되어있는데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에는 영국인 무덤이라고 되어있다는 점이다. 어찌된 일인지…-_-;;; 순식간에 국적이 바꿔버리는 어이없는…;; 하여간 설명에 따르면 ‘돌 사이드’의 군대와 싸운 ‘나님 전쟁’에서 명예롭게 전사한 영국(?) 군인들이 여기 묻혀 있다고 한다. 외국 공포 영화에서나 봐 오던 돌로 된 관들과 비석이 즐비한 잡초투성이의 무덤이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는 후문이…-_-;;
12. St. Francis Xavier 성당
네델란드 무덤인지, 영국 무덤인지 하여간 국적 불명의 무덤을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자 St. Francis Xavier 성당이 보였다. 이곳은 St. Paul’s Church에서 본 동상의 주인공인자 ‘동방의 사도’로 알려진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신부님을 기리기 위해 1849년 프랑스 신부인 Farive가 세운 성당이다. 외관이 무척 아름다웠으나 정문 바깥이 바로 차도라서 사진 찍기가 용의치 않았다. 게다가 안으로 들어가보려니 문이 잠겨져 있었다. 할 수 없이 옆으로 난 조그만 문 쪽으로 가보니 미사 시간은 오전에 이미 끝났다고 나와있었다. 비록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그 글로 봐서 현재까지 계속 카톨릭 성당으로 사용중인 듯 했다.
13.Kampung Hulu Mosque
성당에서 나오자 또다시 고질적인 갈증이 우릴 괴롭혔다. 이번엔 아예 오래간만에 만난 가게에서 커다란 펩시 페트병을 두 개 사 가지고 들고 다녔다. 아까의 그 강물 위로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었는데 그 중 상류 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Hang Jebat’s Mausoleum을 찾아갔다. 그곳은 정의의 사자 Hang Jebat의 옛 무덤터로 그를 기리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지도 상에 표시된 위치에는 이상한 중국 가게만 하나 있고 사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바로 건너편 쪽으로 건너가자 Kampung Hulu Mosque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뜻 보면 녹색의 약간 옆으로 퍼진 고깔콘을 양 사이드에 한 개씩 놓고, 가운데에 또다시 녹색 고깔콘 두 개를 겹쳐 논 모양이다. 키키…^^;; 어쨌든 이 작은 이슬람 사원은 1728년에 담 샤무딘이라는 사람이 세운 것인데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이슬람 사원이라고 한다. 때마침 기도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오전에 들렀던 Kampung Kling Mosque 때와는 달리 안에 사람들이 북적댔는데 우리는 이교도(?)라 왠지 무서워져서 입구 쪽에서 안을 힐끔힐끔 들여다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툭 쳤다. 이슬람 남자들이 쓰는 하얀 원통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아저씨였는데 안을 향해 손짓을 하며 들어가 봐도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란다. 대신 예배당 위로 올라가려면 신발은 꼭 벗어야 한단다. 용기를 낸, 아니 그보다 떠밀리다시피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안을 조심스럽게 구경했다. 안은 아까 전에 들렀던 Mosque와 동일한 구조였다. 예배당 쪽엔 사람들이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아까 보았던 그 성수탕(?)에서는 사람들이 물통에다가 물을 긷고 있었다. 물을 긷는 한 아줌마에게 “혹시 식용(?)으로 쓰나요?”, 하고 멍청한 질문을 하자, 웃으면서 기도 의식 때 쓰는 거란다. 물론 웃으라고 건낸 말은 아니었다. ㅜㅜ; 어쨌든 갑자기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던 필자였다…-_-;;
14. Hang Li Poh’s Well
이슬람 사원에서 나온 우리는 곧장 Bukit China 쪽으로 향했다. 명나라 정화의 원정 이후, 말라카의 술탄이었던 Mansur Shah는 명나라 황제의 딸 Hang Li Poh를 왕비로 맞았다. 중국의 힘을 빌려 북방에 있던 아유타야를 견제하려 한 것이다. 항리포가 500명의 시녀를 데리고 이 언덕 위에 살게 된 이후로 이곳은 중국인의 언덕(Bukit China)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건너편에 뭔가 탑 같은게 보인다. 혹시 저건가 싶어서 길을 건너자 비석이 하나 보인다. 내용을 읽어보니 그곳은 일본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중국인들의 혼을 기리는 충혼탑 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 바로 왼쪽 편에 중국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길래 가보니 그곳이 바로 항리포가 시녀를 대동하고 목욕물을 뜨러 왔었다는 Hang Li Poh’s Well(항리포의 우물)이 있었다.
근데 가만히 보면 우물 뒤쪽편에 있는 벽에 조그마한 구멍들이 보인다. 저게 뭘까, 한참을 궁리해봤으나 결론이 나지않는다... 한동안의 진지한 토론끝에 우리가 낸 결론은...
"형, 이 우물에서 공주가 목욕을 했었으니까..."
"그거군! 훔쳐보기 구멍..."
^^; 뭐 어쨌든 이 우물에 동전을 던져서 가라앉을 때까지 동전이 반짝거리면 다시 말라카에 오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길래 동전을 찾으니 마침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지폐를 깨서라도 동전을 넣자고 사촌을 꼬드기자,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형, 안그래도 여기 온 이후로 하루 종일 걷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 또 오고 싶어?”
켁… 이런 젊은이의 낭만과 청춘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_-;; 하여간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정신을 차린다는… 컥, 갑자기 왠 군대 얘기…-_;;; 그리고 가만보니 우물 위에는 동전을 넣지 말라는 이유인지 물에 빠지지 말라고 그러는지 촘촘한 철망이 둘러져 있어서 철망을 비집고 넣어봤자 반짝이기는 글렀다 싶어 애써(?) 잊어버렸다.
15. Sam Po Kong 사원
항리포의 우물 바로 오른쪽에는 삼포공 사원이 있었다. 삼포공이 뭐냐고? ‘삼포’는 물고기의 이름이고 ‘공’은 관우 공(公), 장비 공(公) 할 때 존칭 ‘공’이다. 이쯤되면 왜 물고기에게 공이라는 칭호가 붙어 사원까지 지어졌는지 궁금할 법도 한데… 1409년에 쳉호(Cheng ho:정화) 장군이 배를 타고 중국에서 말라카로 오는 길에 폭풍우를 만났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에 구멍이 나버려 침몰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갑자기 삼포라는 물고기가 나타나더니 배의 구멍을 처억하고 막아서 침몰을 막아주는게 아닌가! 이에 쳉호가 얼마나 감격했겠어. “삼포공, 띵호아!, 쉐쉐!” 하면서 만들어준게 바로 이 삼포공 사원이라 이 말씀이다. 에헴! 터무니없다고? 뭐… 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그런 설화가 있다. 고구려 주몽이 추격을 받아 위수 강까지 쫓겼는데 자라와 물고기들이 다리를 만들어 주더라 하는… 아니면 좀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각색하면 이러하다. 쳉호 장군이 배를 타고 말라카로 오는데 방향감각을 잃어 헤매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식량이 다 떨어졌다. 하도 배를 곯아 굶어 죽기 일보직전 갑자기 삼포라는 물고기가 실수로 뱃전으로 뛰어올랐다 이거지. 그래서 이게 왠 떡, 아니 물고기냐 하고 낼름 먹어치운 쳉호 장군은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삼포야, 너의 그 살어성인(殺漁成仁)의 정신을 잊지 않으마, 흑흑…”하며 말라카에 삼포공 사원을 세웠다는… 우르르… 켁, 돌 날라온다…-_-;;; 아하하, 썰렁한 농담은 이쯤해두고(알긴 아냐…;;;) 삼포공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물고기 모양의 신상도 있었다. 중간의 제단에서 향을 사르며 기원하는 중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16. St. John’s Fort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침례교도인 성 죤에게 헌납된 포루투갈인의 예배당이었다가 18세기 후반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요새로 리모델링(?)했다는 St. John’s Fort였는데 길을 잃고 50분 정도를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여러분들은 꼭 찾아가보시라.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앙금으로 남는다… 소심한 A형…ㅠㅠ
17. Portuguese Square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지배했던 당시의 가장 화려했던 포르투갈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광장의 건축 디자인은 리스본과 매우 흡사해서 작은 리스본이라고 불릴 정도다. 게다가 진짜 포르투갈적인 요소와 문화인 볼거리가 일반인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밤에 개최되고 있다’ …라고 어떤 책에 쓰여있건만…-_-;; 가보니 솔직히 별다른 볼거리는 없었다. 그냥 입구에 오픈형의 문이 하나 있고 텅 빈 광장에는 포르투갈 광장이라고 비석이 하나 달랑 있을 뿐이다. 참, 왼쪽 편에 무대가 하나 있긴 했다. 아마 책에서 ‘매주 토요일 밤’에 개최된다는 쇼를 위한 무대인 것 같았다. 여러분들께는 기회가 닿는다면 ‘토요일 밤’에 가보시길 권한다. 사촌은 허탈한지 그 좋아하던(;;) 사진도 안찍으려들고 나만 비석 옆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식사 후 호텔로 가서 바로 뻗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어제 밤에 못한 수영이 못내 아까워서(공짠데…ㅎㅎ) 수영장으로 갔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준비운동도 없이(뭐 오늘 하루 종일 걷기 운동은 충분히 했으니…;;) 바로 풍덩하고 뛰어들었다. 필자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제외한 모든 수영에 능통하다. 이를테면 개 헤엄 같은…-_-;; 아아…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꼭 수영교실에 등록해야겠다… 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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