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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 앞 원룸촌은 동거하는 커플들의 천국이다. 그 근처를 지나노라면 부스스한 머리에, 커플 츄리링, 삼선 쓰레빠(?)를 질질 끌고 팔짱을 낀채 다니는 커플들을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않은 노릇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나 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도 문득 필자의 대학 시절(3년전)을 떠올려보면 그때 커플들도 지금 못지않았던것같다. 필자 또한 대학 근처 원룸에서 지냈는데 그당시는 비좁은 자취방보다는 깔끔한 원룸이 워낙 각광을 받다보니 대충 방음처리도 제대로 안하고 만들어지는 원룸 건물들도 부지기수였다. 필자가 살았던 원룸도 방음이 잘 안됐는데... 옆방에 왠 커플이 동거를 했는데 평소땐 조심하는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오는 밤엔 난리도 아니었다. 곤히 잠을 자다보면 한밤중에 들어와서 정체불명의 묘한 소음(?)을 일으키는데...ㄷㄷ; 이자식들아!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 괜히 잠못들게 하지말고 제발 딴데가서 하란(응?)말이다!;; 흠흠.;;; 뭐 어쨌거나... 갑자기 왜 동거 얘기냐고? ^^;


사실 얼마전 묘한(?) 상담을 하나 받았다. 한 여자의 미래가 달려있을수있는 일이기에 문의를 받는 순간 긴급하게, 그러나 신중한 처방을 내려줬다. 혹시나 답이 안온다고...

"라이너스님이 그때 빨리 답을 안해줘서 제 인생을 망쳤어요... 책임져요...흑흑..."

...하고 발목 붙잡고 늘어질까봐 두려웠던걸까...-_-; 어쨌거나 지금부터 그녀의 상담을 살짝 각색하여 공개해 보겠다.(그녀의 허락에 감사드린다.) 자, 이 여자분이 여러분의 친구라면 여러분은 어떤 조언을 해줄것인가.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고민해 보도록하자.^^ 

안녕하세요? 라이너스님.
혼자서 정말 많이 고민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상담이라도 받고싶어서 이렇게 염치없이 문의를 드립니다. 저는 올해 갓 대학에 들어온 20살짜리 여자랍니다. 제게는 4개월 사귄 남자친구가 있답니다. 같은과 선배구 저보다 한살이 많아요. 저희는 학교는 서울쪽인데 둘다 집은 지방이라 각자 자취를 하고 있구요. 어느날 남자친구네 자취방에 놀러를 갔는데요. 남자친구가 팔배개를 해주고, 저는 그걸 베고 누워서 같이 TV를 보고있었답니다. 왠지 나른하기도하고 기분도 좋고... 왠지 행복하단 느낌도 들고...^^* 근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넌지시 이러는거예요.

A군: 아~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정말 좋다. 너랑 같이 살고싶다.

B양: 오빠는... 나중에 결혼해서 같이 살면되지.

A군: (머뭇거리며) 근데 있잖아. 너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갑자기 겁이 나더군요. 오빠를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나중에 때가 되면 결혼을 할수도 있겠지만 왠지 동거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B양: 응... 그냥... 굳이 꼭 해야돼? 결혼하고, 같이 살면되잖아.

A군: 나도 처음엔 별로 안좋게 생각했는데... 요즘 주변 사람들 보니까 생각이 바꿨어. 워낙 많이들 하는 추세고... 게다가 어차피 자는 시간 빼고는 밥도 같이먹고, 같이놀고, 같이 공부하고... 하는 우린데... 굳이 방 두개 비용 내면서 따로 살 필요도 없잖아. 경제적으로도 이점이 많은거 같구... 아침에 눈을 떠서 니 얼굴을 볼수있다는 행복도 엄청 클거같애. 무엇보다도 너 오빠 믿지? 사랑하는 사이구, 어차피 너랑 나중에 결혼할껀데 뭘 어때...

오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저도 살짝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저도 오빠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 오빠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데, 약혼 정도라고 생각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구요... 그래도, 일단은 고민이 되네요... 아직까지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거같구, 왠지 집에서 알면 혼날것도 같구요.-_-; 생각해본다고 해놓긴했는데, 요즘 남자친구가 부쩍 그런 기색을 많이 보이네요... 혹시 제가 거절하면,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ㅠㅠ 많이 고민을 해봤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떡하면 좋을까요...ㅠㅠ


어떤가? 정말이지 필자가 답변을 서두를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이지 않은가? ^^; 자, 우선, B양의 남자친구가 논리라는 걸 가지고 나왔으니, 필자도 논리란 걸로 대응해주겠다. 그들이 주장하는 동거의 이점, 필자가 낱낱이 파헤쳐주겠다. 훗, 왼손은 거들뿐.-_-a


1. 요즘엔 많이들 한다고? 사회적 트랜드라고?
늑대들의 감언이설에 홀딱 넘어간 빨간모자 아가씨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요즘은 많이들 한데요...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고하고. 한번 살아보고 결혼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을수도 있잖아요? 크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적 분위기도 조금씩 바껴가는것 같구요."

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확실히 요즘에는 영화나 심지어 안방극장을 파고드는 TV 드라마에서도 혼전 동거에 대해 아무렇지않게 다루고있다. 또한 사회는 점점 개방화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해가는것같다. 그래서 왠지 그의 요구를 거부하면, 나는 이 트랜드에 발맞추지못하는 구닥다리가 되는것만같다. 살아보고나서 결혼하면 실패할 확률도 적어진단다. 왠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 확률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데? 오히려 당신들이 그토록 맹신하는 소위 선진국형(응?) 자료에 의하면 결혼 전 동거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결혼의 질은 더 낮아지고, 오히려 이혼 가능성이 더 크다는게 밝혀졌다.

물론 순결론 따위 요즘같은 시대에 웃기다. 얽매이는 결혼보다 오히려 헤어질때 더 깔끔하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그역시 모순이있다. 필자는 순결론을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헤어질때 깔끔하다고? 헤어때는 깔끔하겠지만 헤어지고 나서는 그게 과거로 남아 평생 당신을 따라다닐 주홍글씨가 될지도 모른다. 혹여나 당신이 결혼할때 그 소문이 상대측에 들어가기라도 해봐라.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수도있다. 물론 요즘 시대에 그정도는 이해 못해주는 남자가 어딨어요, 라고 주장한다면 뭐 별로 할말은 없다만. 니 인생은 니가 살라고할밖에...-_-; 


2. 아껴야 잘살죠?
동거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들고 나오는 점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다. 어차피 남녀 둘다 연고지를 떠나 있는 상태라 돈이 많이 드는데 같이 살면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꽤나 그럴싸한 논리. 하.지.만. 등록금, 원룸비, 생활비, 모두 다 당신이 벌어다쓰나? 혹 집에서 얻어쓰고 있는건 아닌가? 그래서 그 돈 아껴서 효도하려고? 퍽이나 기뻐하시겠다.;; 효도(?)는 졸업하고, 취업해서해도 늦지않다, 괜히 이상한 쪽으로 머리굴려 돈 아끼지말고 차라리 그 뛰어난 머리로 공부해서 장학금이나 타라.-_-;



3. 사랑하니까 괜찮아.
그는 나를 사랑한단다. 나도 그를 사랑한다. 그래서 괜찮다? 자, 딱 한가지만 그에게 물어보라. 나중에 나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전 남친과 동거 경험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역시 사랑하니까 한치의 망설임없이 받아줄까? 정말 그렇다고 믿는가? -_-; 순결에 대해서는 개인의 가치관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동거는 다르다. 만약에 헤어지게되면 어쩔건데? 당신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금 사귀는 남자랑 결혼할 자신이 있나? 그가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면 당신의 미래까지 아껴줄것이다. 결국 그는 사랑이란 허울 아래 당신을 싸구려 취급하고있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데 뭐 어떴냐고? 고리타분하게 왜 그러냐고? 그럼 이 남친이랑 헤어지고 다른 남친이랑 사귈때, 이전 동거 사실을 당당히 밝힐수있을꺼라면 동거해라.-_-; 당신의 논리가 설득해야 하는건 필자가 아닌 미래의 당신 배우자다.


4.어차피 결혼할껀데 뭐 어때?
결혼이 아닌 동거라는 방법을 택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까지 결혼을 할 만한 나이나 시기나, 경제적 여건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막말로 애라도 덜컥 생겼다고해보자. 누가 책임질꺼냐? 백번양보해서 남자가 책임진다고해서, 키운다고 해보자. 그는 군대도 안다녀온 상태, 당신은 학생. 준비도 안된상태에서 정상적으로 낳아 기를수있나? 결혼이란 제도가 수천년을 걸쳐 내려온것은 단점도 있겠지만, 그만한 장점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법이란 테두리로 가정을 보호하고, 안정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는 도덕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결혼 전, 미래에 대해 최소한의 준비나마 해볼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어준다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동거란걸 꼭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조건을 내걸어보라.^^

1. 양가 부모님께 당당하게 허락받고 하는 동거.
   -> 동거해보려다가 서거할수도있다는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_-;

2. 당신과 상대가 지금 당장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문제가 없을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있을경우
   -> 근데 이런 경우라면 그냥 결혼하고말지.-_-;


상대가 아무리 논리라는걸로 무장했다고 하더라도. 이 2가지를 뛰어넘기는 힘들것이다. : p 그가 머뭇거린다면 오히려 반문해보자. 

"자기, 나 사랑한다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며? 그럼 우리 엄마아빠도 설득시켜주라. 응?"


쓰다보니 윤리학 레포트처럼 되어버렸다.-_-; "그래도 좋다, 사랑만 있으면된다. 나머진 다 극복할수있다",라고 생각된다면 더 할말은 없다. 하지만 기꺼워서가 아니라 상대가 사랑이란걸로, 혹은 논리라는 걸로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라. 그리고 이렇게 말해줘라.

"나도 오빠를 사랑해. 근데 오빠가 날 정말 아껴준다면 그런 얘긴 안꺼냈으면 좋겠어"

하고 말이다. 그것 때문에 당신을 떠나면 어쩌냐고?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건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 때문에 당신을 떠난다면 그 놈(?)의 속셈은 이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단지 사랑이란걸 담보로 자신의 시커먼 욕심을 채우려 했을뿐이라는게... 피치못한 사정으로 인해 동거를 택한 사람 모두를 비난하고자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책임질수있는 것만 해야하고, 하기 싫은건 하지않을수있는 자유를 가질 권리가있다. 사랑은 독점의 또다른 이름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는것도 아니다. 혹시 그가 받아들이기 힘든것 이상을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당신도 그에게 좋고싫음을 분명히 말해줘라. 어떻게 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건 당신에대한 그의 진심을 확인해볼 기회이기도하니까 말이다.^^

사랑한다면 더 아껴주세요, 공감간다면 추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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