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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50분이 싱가포르 행 버스 픽업 시간이었기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부랴부랴 씻고 호텔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짐들을 배낭에 쓸어 담고 호텔 내 식당으로 가 토스트와 주스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 프런트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로비에 앉아 기다리노라니 관광 버스 한 대가 와서 호텔 앞에 선다. 예약을 확인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잠시 후 버스는 여행사에 들러 몇 사람을 더 태우고 출발했다
어제 술을 마시고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사촌 동생이 갑자기 깨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 밖을 바라보자 버스는 막 페낭 대교로 들어서고 있었다
전체 길이 13.5km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이 다리는 1985년 우리 나라의 현대 건설이 완공했다고한다.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어쨌든 이 다리가 페낭 섬의 조지타운과 본토의 버터워스를 연결함으로써 페낭을 본토와 한층 가깝게 연결해 주고 있다고 하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운 구조의 다리였다. (꼭 애국심의 발동으로 인한 발언만은 아님…^^;;)
버스는 두 번 정도 휴게소에 들리고 12시 50분부터 20분간 점심 시간을 줬는데 페낭에 처음 온 날의 쓰라린(화장실 사건을 아십니까? -_-;;;) 과거를 기억해 초코바 반 개와 물 한모금으로 식사를 때우고 말았다. 이것 먹고 어케 살어…ㅠㅠ 배가 고파 쾡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사촌 동생은 먹으면 멀미한다며 심지어는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아닌가! 독한 놈…-_-+
식사 후 버스는 계속 달려 KL에 정차했다. 운전사보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냐니까 곧 출발하니까 안된단다.-_-; 그런데 이 버스는 사람이 빽빽하게 다 찰 때까지 출발을 안 하다가 어떤 희한한 중국사람들 때문에 40분이나 지체하고 말았으니…;; 이게 무슨 싱가포르까지 논스톱 운행이냐, 벌억! 사연은 이러하다. 갑자기 어떤 주욱 사람들이 단체로 버스에 우르르 올라탔다. 대강 보아하니 친척 일가가 단체로 관광을 나온 거 같은데 그 중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직 안탄 모양이다. 10분을 기다려도 오질 않자 버스 기사가 그냥 출발시키려 한다. 그러자 중국 사람들이 유리창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일대 야단이다. 어쩔 수 없이 기사는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밖에서 어떤 40대 남자가 손에 햄버거와 콜라, 프랜치프라이를 들고 먹으면서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버스에 느릿느릿 올라탄다. 말레이시아에선 보통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는걸 금하고 있는데, 당연히 버스 기사가 남자보고 내려서 다 먹고 타라고한다. 그러자 다시 그 남자는 천천히 내려가서 느긋하게 햄버거를 즐긴(?)다. 한국같았으면 대강 먹고 버리고 올라타던가 할텐데…-_-;; 그 사람은 빨리 먹으면 체하기라도 하는지 느릿느릿하게 먹다가 나중에는 배가 부른지 마누라를 손짓해 부른다. 결국 마누라는 콜라를 먹고 처제는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서로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과연 저 사람들이 버스를 탈 사람들인가싶다…-_-;; 그러나 버스 기사는 어찌나 성격이 좋은지 그 사람들을 한 대 때리지도 않네… 한국 같았으면 벌써 멱살을 잡고 너 죽고 나 사느니하고 난리가 났을텐데…^^;; 그나저나 그럴꺼면 나 화장실이나 보내주지. 왜 나만. 크헉...ㅠㅠ
어쨌든 이 열 받는 촌극이 한바탕 끝난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역시 두 번의 휴게소를 더 거치고 오후 5시30분쯤에 20분간의 저녁 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휴게소도 제법 크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고 있다. 눈이 핑핑돌고 도저히 못참겠다싶어 결국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를 사먹고야 말았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 먹을 걸 바라보는데 사촌동생은 무슨 단식 투쟁이라도 하는지 화장실만 잽싸게 갔다가 먹는 건 그냥 통과해간다. 어떻게 그렇게 잘 참느냐고 물으니 고3때 88kg까지 쪘었는데 대학가서 단식으로 73kg까지 뺐다는 거다. 그만하면 손정락의 다이어트 교실이라고 책을 내도 되겠다…-_-;;
저녁 식사 후 2시간쯤 더 달리니 말레이시아 국경이 나왔다. 거기에 내려서 출국 심사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더 가서 바로 싱가포르 입국 심사를 했다. 항상 비행기나 배로만 국경을 통과하다 버스로 통과하니 기분이 약간 묘했다. 싱가포르 입국 심사 카드를 한참 작성하고 있는데 머리에 검은색 원통 모자를 쓰고 하얀 옷을 입은 구렛나루의 이슬람교 성지 순례자 두 사람이 쓰는 법을 잘 모르는지 썼다 찢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까 우리 버스를 같이 타고 있던 사람이다. 우리의 입국 카드를 보여주며 좀 도와주고 서둘러 심사대에 섰다. 그런데 앞에서 어떤 중국인 노부부 (아까 햄버거 사건(?)의 장본인의 부모가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이다. 알고보니 입국 심사 카드를 백지 상태로 적어내고, 영어를 못해서 중국말로 심사관에게 계속 질문을 해대고 있었고 심사관은 처음엔 계속 영어로 묻다가 나중에는 포기했던지 그냥 자기가 직접 입국 카드를 작성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기 부모님 입국 카드 좀 챙겨주고 가지, 자기꺼만 달랑 쓰고 가냐, 이 가족들 가지가지로 하네, 참…-_-;;
결국 20분 이상 기다려 통과했으나 나가보니 이미 우리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다 떠나버렸는지 없었다. 우리 앞의 그 중국인 노부부까지만 태우고 출발한 듯하다. 젠장! 결국 택시를 타기로하고 택시 스탠드를 찾아서 돌아다니는데 아까 그 이슬람 순례자 두 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도 같은 처지면서 왠지 불쌍하기도하고 우습기도해서 몰래 킥킥대다가 그 사람 둘보고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알려주고는 택시를 타러 갔다. 결국 차이나 타운까지 가는데 17S$(11900원 정도, 1S$는 700원 정도임)나 나왔다.ㅠㅠ 두고보자, 잊지않겠다.ㄷㄷㄷ;
차이나 타운에서 한참을 헤매다 그나마 싸다 싶은Temple Street의 The Inn of the Temple Street에서 체크인(88S$=61600원)을 하고 짐을 맡긴 후 근처 맥도날드로 식사를 하러 갔다. 치킨 버거 밀이 5.85S$(4095원)로 우리 나라와 가격이 비슷했는데 가격이 싼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느껴졌다. 심지어는 600ml짜리 물 한 병이 말레이에선 1RM(350원), 여기서는 1S$(700원)이니 가격이 딱 두 배다. 비싸…-_-;; 그럼 싱가포르보다 물가가 더 비싼 우리 나라에선 어찌 살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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