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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대학 친구들간의 모임이 있어 나갔다. 그중 한명인 필자의 친구인 J군. 무려 6살이나 차이나는 아리따운 아가씨와 사귀고 있어 도둑놈이라는둥, 너같은건 앞으로 모임에 나오지 말라는둥, 친구들로부터 갖은 협박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왔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필자의 맥주잔에 잔을 부딪히더니 말한다.

J: 이봐, 니가 바로 그 라이너스 맞지? 구름 밑 장난이었나?

라이너스: 장난이 아니라, 장난감 마을이다..^^; 근데 어디서 봤는데?

J: 다음 메인에 버젓히 걸려있던데. 글 잘쓰나봐? 짜식 출세했네.ㅋㅋ

라이너스: 그런가... 어쩌다보니 그렇게됐다...^^a

J: 말 나온김에 너한테 한가지 고민상담 좀 하자야~


졸지에 대학 친구의 연애 상담까지 듣게 된 필자. 하긴 뭐 친구사이에 그 정도도 못해주랴.^^; 사실 J군은 오늘 여자친구인 B양과 싸웠다고한다.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잡혀있어 그전에 시내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했는데... 갑자기 B양이 봄 원피스를 하나 사고싶다고 쇼핑을 하자는것이다. 솔직히 귀찮았지만 그런 내색 안하고 일단 따라 나섰다. 이 가게 들어가보고, 저 가게 들어가보고... 이 옷 입어보고 저 옷 입어보고... 분명히 봄 원피스를 살꺼라고 해놓고 바지도 입어보고, 치마도 입어보고, 심지어는 구두도 신어본다. 이러길 벌써 한시간째, 살짝 지치고 짜증이 난 J군.

J군: 원피스 산다고 안했냐? 딴거도 지금 살꺼야?

B양: 아니, 꼭 그런건 아닌데... 이쁘잖아. 뭐 이쁘면 살수도 있고...


J군은 살짝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좋은 데이트날에 기분 망치기 싫어서 조금더 참고 따라 다니기로 했다. 그냥 따라다니기도 힘든데... B양은 자꾸만 귀찮게 물어본다.

B양: 오빠, 이 신발은 어때? 이 옷은? 매치가 잘돼? 나한테 어울려?

J군: (귀찮다는듯) 어... 그래, 잘 어울리네. 그걸로 할래?

B양: 아니, 조금 더 돌아보고 사자.


또다시 상가들을 뱅뱅뱅... 아직도 결론은 안나왔다. 다리도 아프고, 짜증도 난 J군,

J군: 아직도 못골랐어? 그러게 살것도 아닌걸 왜 자꾸 보는건데. 그냥 살꺼만 집중해서 보고 빨리 사지.

B양: 그래도 이쁘면 딴 거 살수도 있는 거잖아. 꼭 처음 사려고 했던거 사야되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어울리냐고 물어보면 왜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해? 오빠 나 귀찮은거야?


지칠데로 지치고... B양이 찡찡대기 시작하자 폭발한 J군.

J군: 그래! 귀찮다. 됐냐? 무슨 놈의 옷을 2시간동안 돌아다니면서 골라? 사려면 벌써 샀겠다. 게다가 살것도 아닌옷까지 내가 일일히 어쩌구 저쩌구 코디까지 해줘야되냐? 내가 니 비서야?

B양: 오빠, 너무해. 나 아까까진 기분 좋았는데... 그냥 집에 들어갈래.


B양이 울먹이는 듯하자. 마음이 약해진 J군.

J군: 아니 그러니까. 빨리 고르고 가자고. 지금까지 돌아다니고 그냥 안사고 갈꺼야? 다닌 시간이 안깝잖아.

B양은 말없이 돌아서 걷고... 한동안 달래보던 J군도 지쳐서 묵묵히 같이 걷다가 그냥 버스타는데까지 바래다주고 친구들 모임에 왔다고 한다. 여기서 둘의 문제는 뭐였을까? 다만 B양만의 문제일까? 여기서 남자와 여자의 쇼핑 패턴에 대한 차이점을 잠깐 이야기해보면...

갑자기 명동에 출현한 된장남..
daphnieh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첫째, 남자들은 대체로 쇼핑하는거 자체를 귀찮아 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생길때만 목적을 정해놓고, 매장 몇 군데를 다녀보고 바로 고르는 경향이 있다. 일단 사야겠다는 아이템이 있으면 그 매장에 있는 물건이 100% 마음에 안들지라도 있는것들 중에서 가장 근접한걸로 맞춰서 사가지고 돌아온다. 그래서 쇼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않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어떨까? 여자들은 대체로 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구경 그 자체를 더 좋아한다. 원피스를 사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나가지만 돌아다니다가 이쁘고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하나하나 입어보고, 신어보고, 맞춰보고... 그러다 정작 처음에 계획 했던거랑 다른 것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즐겁게 쇼핑했다는 자체에 만족하는 경향이있다.

둘째, 옷을 고를때 동행자의 태도(?)다. 남자들끼리 가면 대충 골라라고 슬쩍 닥달하는 친구들도있고, 그냥 그거 괜찮네. 그걸로 해라. 하고 대충대충 말해준다. 그래도 어차피 물건을 사려는 남자는 자기 나름의 고르는 기준이 있기에 어지간해선 주변 사람의 태도에 크게 좌우받지않는다. 하지만 여자들끼리 쇼핑하는 경우라면  마음이 맞아 함께 쇼핑하기 좋은 친구가 꼭 한둘 있기 마련이다. 이때 인기있는 친구는... 그 옷과 사려고 하는 사람의 매칭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해주는 사람이다. 건성으로 대답해주는게 아닌 이건 어떻고 저건 어때서 너한테 어울린다. 이런 식으로...

필자가 애인이 없을 때에도, 필자는 꽤나 인기인이었다. 특히 쇼핑하는 쪽으로.;; 필자와 한번 쇼핑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지간에서 다음에도 필자를 데리고 가길 바랬다. 심지어는 여동생까지도.ㅠㅠ 그래서 여러번 끌려(?)다녔다.ㅋㅋ 필자의 동행인으로써의 태도는 간단(?)하다. 진지하고 성의있는 대답이다. 앞서 얘기했듯 여자는 옷 고를때 구체적인 대답을 듣기 원한다. J군처럼 "잘 어울려?", "응, 잘어울려" 이런식으로 건성으로 대답했다가는 무심한 남자친구란 오명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이쁘다~ 너는 얼굴이 하얗고 갸름해서 검은 옷도 잘 받는거같아."

"다리가 살짝 통통한 사람일수록 짧은 스커트가 잘 받는데. 발목까지 오는 치마는 잘못했다간 발목이 굵어보일수도 있을거같아. 차라리 이쪽 미니 스커트는 어떨까?"

"넌 얼굴이 둥근편이고 지적인 이미지기 때문에 무테보다는 뿔테안경이 더 잘어울려..."


...뭐 이런식으로...^^; 뭐 앙드레김 선생님처럼 엘레강~스하고 뷰~리풀한 조언까지는 필요없다. 잘어울려? -> 응. 이거보다 조금 더 긴 말일뿐이지만... 상대방에게 주는 만족도는 상당하다. 게다가 잘어울리냐고 물었을때 건성으로 대답하면 상대는 아, 이 옷을 남자친구가 잘 안어울린다고 생각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에 들었던 옷이라도 일단 내려놓고 다시 생각해볼수도 있기에 오히려 쇼핑하는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날것이다.

솔직히 말발이 부족하고, 패션에 대한 센스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방법은 힘들수도있다. 하지만 피하지 못한다면 즐겨란 말이 있다. 많은 공부야 어렵겠지만 여친 체형에 맞는 코디 유형 몇개만 외워가지고 나가도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수(?) 있다.^^ 여자친구는 마음에 드는 옷을 남자친구의 친절한 조언하에 잘 고를수있고,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패션 감각 있는 센스남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쇼핑시간이 줄어든다는 부수입까지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물론 이런 글을 쓰다보면 받는 리플이있다. 왜 남자가 여자한테 다 맞춰줘야하는데?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일방적인 사랑도 없는 법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맞춰주려 노력한만큼 상대도 나에게 잘할지니... 그래서 사랑은 기브앤 테이크란거다.^^

공감하신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알라딘 창작블로그에도 연재중이랍니다. 추천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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