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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데이트를 즐기던중 갑자기 K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시 화장실 좀..."

테이블 위에 그가 놓고간 휴대폰이 문득 눈에 들어온 S양. 호기심에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타나는 안내 메세지.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_ _ _ _'

이게 뭐야. 비밀번호가 걸려있으니 더욱 호기심도 가고 괜시리 불쾌한 마음도 든다. 1111,1234, 0000, 내 생일까지... 이리저리 번호를 눌러보던 그녀. 결국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일단은 그가 돌아오기전에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도로 올려놓았다.

 


S양: 자기... 휴대폰에 비밀번호 걸었어?

K군: 아, 그래... 메신저로 부장 욕도 좀 하고 하는데 혹시나 보면 곤란하잖아.ㅋ 근데 내 휴대폰 본거야?

S양: 그냥, 궁금해서... 근데 우리 비밀번호 공유안할래? 난 연인 사이에는 감춰야할것도 비밀로 해야하는것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K군: 글쎄... 아무리 연인 사이래도 사생활이 있는거잖아. 그건 좀 그렇다?

S양: 왜? 비밀번호 걸어놓은거보면 혹시 내가 보면 안되는거라도 있는거아냐?

K군: 무슨 말을 그렇게해?

S양: 자기가 떳떳하면 왜 찔끔하는건데?


기분좋은 데이트의 시작에서부터 말다툼을 하게된 K군과 S양. 휴대폰 비밀번호, 미니홈피 비밀번호, 심지어 이메일 비밀번호까지... 사실 연인들간의 비밀번호 공유에 대한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연인 사이에는 그 어떤 비밀도 없어야한다는 입장과 아무리 연인 간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한다는 입장까지... 물론 둘 다 생각이 같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으로써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상대의 생각이 이해안가고 내심 괘씸하고 분하단 생각까지 들기마련.

"떳떳하고 부끄러울게없다면 공개 못할 이유가 뭔가요? 연인사이에는 비밀도 없어야죠."

"그래도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침해한다는건 좀..."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입장의 차이. 그렇다면 연인 간의 비밀번호 공유, 과연 필요악일까 아니면 문제의 발단일까? 지금부터 S양과 K군의 서로다른 속마음을 들여다보도록하자.


 

S양의 입장 - 애인 사이에 비밀이 왠말인가요!


저는 나쁜거라 생각안해요. 그를 정말 사랑하기에 그의 모든것을 다 알고싶은거니까요. 사소한 비밀마저도 모두 다 공유한다면 서로에 대해 더 잘알수있고 또 상대에 대한 이해도 커질거 같아요. 휴대폰, 미니홈피, 이메일 등을 보며 그날 그날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있는지 알수도있고 서로 속일게 없고 감출게 없기에 친밀감과 신뢰감이 더욱 단단하게 형성될꺼라 믿어요.

감시하는거 아니냐, 사생활 침해가 아니냔 말도 할수있겠지만 숨기는 것 없이 자기 행동이 떳떳하다면 문제될게 뭐가있겠어요? 불필요한 오해를 타파하기 위한 의미에서라도 사랑하는 사이에는 모든걸 다 보여주고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거라도 상대를 안심시켜 주는 것. 그게 바로 믿음이고, 신뢰가 아닐까요?


K군의 입장 - 연인 사이에도 사생활은 필요하다구요!


저는 반대입니다. 왠지 감시당하는 기분도 들고, 절 믿지못해서 구속하고 집착하는거 같단 생각도 들어요. 물론 저는 떳떳합니다.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그녀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사실 별거도 아닌데, 이성 친구한테 연락온걸로 괜한 의심이 생길수도 있고, 특히 미니홈피에는 저의 과거 일기와 사진같은 것들이 비공개로 되어있는것도 많은데 그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않은 저만의 공간이거든요. 괜히 뒤적거리다보면 지나관 과거(?) 이야기가 나올수도있구요. 제 입장에선 그냥 지나간 추억일뿐이지만 그걸 보는 그녀의 입장에선 분명히 찝찝한 과거로 보일거같아요. 그런건 오히려 비밀로 지켜두는게 사귀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 생각합니다.

물론 연인간에 믿음이 있어야한다는건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공유해서 상대의 모든 것을 알수있게 된다고해서 없던 믿음이 더 생기는것도 아니고 또 그걸 보지 않는다고해서 있던 믿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믿음이란게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거지 강제하고 강요한다고 없던 믿음이 생겨난답니까?

 


이상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물론 S양의 말대로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 평소 연인에게는 감추는게 조금이라도 없다면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비밀번호 공개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호기심에, 혹은 상대를 믿지 못하기에 비밀번호 공유를 강요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이란 강요하지 않아도, 몰아대지 않아도 스스로 그럴 마음이 우러나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다. 강제화된 믿음, 만들어진 신뢰? 정말 그걸로 만족하는가. 물론 사랑한다면, 사귀는 사이라면 어느 정도의 구속력은 당연히(?) 담보될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구속력이 일정한 선을 넘는 순간, 그것은 욕심이되고 집착이 되어버린다. 믿음을 보여주는게 연인 사이의 의무라면, 또 상대방의 프라이버시와 그만의 공간을 어느 정도 지켜주는게 또 연인 간의 최소한의 예의다. 상대의 모든걸 다 공유하려들고 차지하려 드는건 욕심이요, 오만이다.

연인의 사생활(?)은 판도라의 상자다. 알아서 좋은 것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애초에 알지 못했다면 문제가 되지않았을것도 알게 됨으로서 괜히 신경 쓰게되고 고민하고 의심까지 하게된다면... 그건 호기심의 충족이란 장점 외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랑하니까, 관심이 있으니까 그만큼 연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그 마음 필자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아는게 힘이란 말도 있지만 모르는게 약이란 말도 괜히 있는건 아니다. 당신이 상대를 의심하고, 사생활을 파헤치려 들면 들수록 상대는 움츠려들고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감추려 하겠지만, 당신이 상대를 믿고 신뢰를 보여준다면 그는 오히려 늘 당신에 기대에 부응해줄 것이다. 믿음이란 강요가 아닌, 상대를 믿으면 믿을수록 더 많이 돌아오는법. 진정한 믿음을 가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당신부터 그를 믿어라.

 


+자매품: 남자친구에게 자꾸 집착하게되요, 어떡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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