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친구가 내게 물었다. 

"통영엔 동양의 몽마르뜨가 있다며?"

동양의 몽마르뜨? 그게 뭐지? 취업후 통영으로 내려온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건만... 심지어는 어릴때 3~4년을 살았건만 처음 듣는 소리다.
"거, 왜 있잖아... 동머더라? 동... 뭐라하는 마을이 있다던데..."

아! 동피랑! 최근에 TV 다큐맨터리와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탄 통영의 동피랑 마을.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가 어릴땐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있긴 있으되 최소한 동양의 몽마르뜨는 아니었다.^^; 동피랑 마을은 철거예정지였던 산동네 마을로... 예전엔 산동네 마을에서 바다가 내려보인다는 점을 제외하곤 별다른 점이 없는 그저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동피랑을 예쁘게 단장한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들이 직접 낡고 작은 집들에 아름답게 그림을 그렸다. 


활어시장을 거쳐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동피랑 마을 초입이 나온다. 동피랑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라는 예쁜 글귀와 새파란 벽이 바다라도 되는듯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정말 동피랑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질까? ^^


동피랑 올라가는길... 물고기, 닭, 개구리, 뛰어노는 아이들이 담장을 장식하고있다. 그림이란, 예술이란... 놀라운 것이다. 거무퇴퇴한 회색 벽에 철조망만 쳐있었다면 얼마나 삭막했겠는가. 이 예쁜 그림들은 단절이라는 벽의 느낌을, 어울림으로 바꾸어주었다.^^


아직까진 집에 그려진 그림들은 보이지않는다. 좁고 경사진 골목을 그녀의 두손을 꼭 잡고 올라갔다.
 

올라가다 처음으로 본 그림과 시... 통영 출신 시인인... 청마 유치환 선생님의 그리움이란 시다.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애타는 그리움이 비록 임에겐 지금은 전해지진않겠지만... 파도가 포기하지않고 쉴새없이 뭍을 계속 때리다보면 언젠가는 뭍도 마음을 열지않을까..^^ 바닷가 출신인 그에게 정말이지 어울리는 시상이다.


유치환 선생님의 깃발이라는 시다. 이건 중학교만 나와도 아마 다 아는 시일듯. 교과서에 실려있거든.ㅎ 은유법, 역설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구.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사랑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길래. 한컷.^^ 그럼 이곳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처마인가? ^^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예쁜 벽화 앞에서... 뒷쪽으로 누워있는 핑크 여인의 모습과 I LOVE SOJU라는 위트가 넘치는 문구가 돋보인다.^^ 
 

너무나 유명한... 동피랑에 꿈이 살고 있습니다. 비록 힘들고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치지만 꿈만은 잃지않는 우리네 이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한 글귀다. 꿈이 살고있습니다. 꿈이 살고있습니다. 그 의미를 자꾸만 되뇌어보게된다...


동피랑 중간 지점에서 올려다본 윗쪽 마을... 사실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도... 생각하는것처럼 그리 크고 멋진 언덕은 아니라고한다. 그냥 작은 언덕에 불과할뿐이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곳을 산책하며 꿈을 키웠기웠기에.. 그렇게 유명해졌다고한다. 이곳도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동양의 몽마르뜨라 불리는 것일까...^^


마치 포스트 물감으로 그린듯. 단순화된 형태의 예쁜 벽화... 역시 학생, 자원봉사자, 화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작업을 했기에 그림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동피랑 1길로 올라가는 길...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걷기에는 살짝 힘들만큼 좁은 길이다. 이렇게 좁은 길을 걷는데 어떻게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거야,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짝 경사가 있는 이 길을... 숨차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앞장서서 힘있게 끌고 올라가준다면... 아마 사랑이 이뤄질듯하다.^^


담벼락 옆에서... 귀여운 초록 외계인 캐릭터를 배경으로..^^


동피랑 마을을 오르다 중간 지점에 이르면...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저 쪽 멀리로는 조선소들이 보이고, 거북선, 횟집, 충무김밥집등 통영의 일상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 전경을 배경으로... 햇빛때문에 살짝 측면으로 잡았다...^^; 좁은 골목길에서완 달리 탁트인곳이라. 바람이 많이 불어왔다. 데이트 초기에는 바닷가나 바람 많이 부는곳에 가지말랬는데... 이곳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길이니까 괜찮다...^^*


통영시와 바다를 배경으로 한컷... 꽁꽁 언 손을 호호 녹여가며 삼각대를 재빨리 펼쳐들고^^a


내려가는 길에 있던 벽화. 왼쪽은 노란색, 오른쪽은 회색으로 되어있고... 앞에는 배추가 자라는 고무 드럼통이 늘어서 있다. 평범한 텃밭과 드럼통이지만... 벽화와 어우러지니 왠지 설치 미술의 한 장면같다...^^ 


동피랑의 아침은 이별입니다.
아침이면 먼 바다로 일 떠나고...
그 생각으로 글그림 속에
아침 해, 등대, 배 물길을 그렸습니다.


어? 동피랑의 아침은 이별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고, 꿈이 자라고 있는 이곳에.... 어울리지않게 왠 이별? 하지만... 윗쪽의 또다른 그림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피랑의 밤은 만남입니다.
어둠오면 떠났던 님 어서 돌아와 반가이 만남 이루어집니다.
그 생각으로 글그림 속에 갈매기 한쌍, 달, 남녀 한쌍, 배를 그렸습니다.


아침엔 헤어지지만... 밤이되면 다시 만난다. 생계를 위한 짧은 이별과 만남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정을 키워나가는 아름다운 이웃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계량기 옆으로 가로등을 그려놓고, 그 밑에 앉을수 있도록 의자를 두었다. 의자를 둠으로써 비어있는 그림은... 누군가가 이곳에 앉음으로써 완성되어진다. 나는 비록 의자에서 일어나지만... 의자는 또다른 누군가가 그림을 완성시켜주길 기다리며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물러 있을것이다.


태인 Cafe... 작은 구멍가게 앞에 커피 자판기가 있고 앉아서 쉬면서 커피를 마실수있는 공간이있다. 통영 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자판기 커피 한잔은... 별다방, 콩다방 커피 부럽지 않으리라...^^


내려가는 길... 이길을 내려가면 통영 바다를 만날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못내 아쉬워 동피랑을 자꾸만 뒤돌아 본다.


철거되려던,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동양의 몽마르뜨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학생들, 자원봉사자, 화가, 심지어는 화가이기도한 통영 시장님까지 직접 스케치하고 붓과 페인트통을 들고 손수 그림을 그렸다고한다. 동피랑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 진단다. 어쩌면 동피랑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던 수많은 예쁜 마음들과 손길이... 이웃에 대한 그들만의 사랑을 이미 이루어 낸건지도 모르겠다. 동피랑 길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길이다...^^

관심있게 보셨다면 추천 부탁드릴께요^^
반응형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