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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고민했던곳이 소쇄원과 죽녹원이다.

일단 두군데 다 대나무숲이 조성되어있다는데서 테마가 약간 겹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니 소쇄원은 작고 생각보다 그렇게 볼게 많지않다는게 두번째 이유였다. 게다가 오늘이 여행 마지막 날이기때문에 하루만에 소쇄원, 죽녹원, 메타콰이세아 가로수 거리까지 다 둘러보고 부산으로 돌아가려니 시간도 빡빡했다. 하지만 역시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있는곳을 보고싶다는 고질병(?)이 도져서 뒷일은 생각안하고 내 손가락은 이미 네비게이션을 찍고있었다...^^; 그리고... 도착해서야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된 사실인데 MBC 드라마 '다모'에서 좌포청 후원의 정자로 나왔던 곳이 바로 소쇄원이라고한다.

조용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다보니 한국가사문학관을 지나 소쇄원에 도착했다. 소쇄원은 양산보라는 조선중기의 학자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당하여 죽자, 출세에 뜻을 버리고 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조광조를 음해하는 무리들이 나뭇잎에다 꿀물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새겨 벌래가 갈아먹게 한뒤 이를 왕에게 보여 조광조를 역적으로 몰았다는 고사를... 주(走)와 초(肖)를 합치면 조(趙)가 되는데 조씨가 왕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어쨌든 조광조가 모반을 꾀한다는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은만큼 그의 제자인 양산보도 일신에 위협을 느꼈으리라. '출세의 듯을 버리고'라는 설명이 있지만... 그는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않는 현실론자였을지도... 그냥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양산보가 시골로 내려와 만든 일종의 산장(?)이 바로 소쇄원이다.

 

소쇄원 초입... 흡사 시원한 대나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곧고 푸르게 뻣은 대나무들... 이래서 대나무는 변함없는 선비의 충절을 상징한다고 했던가!


 

초가 정자로 된 대봉대는 봉황을 기다린다는 의미인데 소쇄원을 찾은 귀한 손님을 처음으로 맞이하던 곳이다. 비록 작지만 정겹고 소담스럽게 생겼다. 마치 친절한 소쇄옹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말할것만 같다.

"아이구, 어서오시게나. 라이너스 옹. 허허허..."

...라고 말이다..^^;


 

흙과 돌로 쌓아 올린 황토색의 담장인 애양단. 양산보와 사돈관계인 하서 김인후가 소쇄원의 아름다움 48가지를 노래한 ‘소쇄원 48영’의 시들을 목판에 새겨 담장에 붙여 놓았었다고 한다. 담장 옆을 거닐며 시를 감상한다니... 정말 운치있지않은가! 거치른 담장을 손으로 쓸어보며 비록 몇백년이란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흔적을, 그들의 감성을 느낄수있었다. 마치 영화 "동감"에서 처럼...^^ 지금은 시를 새긴 목판들은 제월당의 천장에 액자로 걸어 놓았다.


 

내원 쪽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좁은 외나무 다리가 하나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크고 작은 연못 두 개가 있다.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이 나무 속을 파낸 홈통을 통해 먼저 작은 연못을 채우고, 그 물이 넘치면 다시 도랑을 따라 내려가 큰 연못을 채우게 된다. 연못이라기보다 차갑고 시원한 계곡물같은 느낌이다...^^


 

길을 나서는 채옥(하지원)이 서있는 곳이 바로 소쇄원 내당으로 들어가는 작은 외나무 다리(바로 윗 사진), 그리고 채옥의 뒷편으로 보이는 황토색 담장이 바로 예양단(바로 윗윗사진)이다. 그리고 황보윤(이서진)이 서있는 곳이 제월당(아래 사진)으로 들어서는 입구다...^^;


 

제월당은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으로 평소 양산보가 학문과 독서를 하며 거처하던 곳이다. 낮에는 학문과 풍류를 즐기고, 밤이 되면 뜻있는 선비들과 이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라를 걱정했다고 하니 우국충정의 한장면을 보는듯하다.


 

제월당에서 조그마한 대문을 나서면 바로 아래에 소쇄원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느낄 수 있는 광풍각을 만난다. 비가 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사랑방으로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울창한 나무가 조화를 이뤄 깊은 숲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소쇄원 내원 바깥으로 나가는 큰 연못 위의 나무다리... 차가운 연못물에 한가로이 발을 담그고 고즈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허락되어진다면 나도 저들 틈에 끼여들어 담소를 나누고 싶었다.^^


 

산골에서 유유적적... 마치 소쇄옹의 정기를 받은 듯한 백구...^^;


송강 정철은 소쇄옹의 둘째아들 고암과 주고 받은 시에서

'바람 속 소나무는 시원한 퉁소 소릴 보내오고 달 아래 대나무는 맑은 그늘 흩뜨리네. 여기서 알맞게 익은 술을 마시니 길고 짧은 소리 절로 읖조리네.'

라고 읖었다. 눈앞이 화악 열리며 마치 그 광경이 그려지는 듯하다. 흔들리는 대나무 숲 사이로 달빛은 땅을 비추고... 자연과 시와, 술과, 무엇보다 나를 아는 친구가 있는데 그 무엇인들 부러울까! 비록 긴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곳 소쇄원에서 풍류를 누리던 그들은 간곳없지만 그들의 절의를 중요시한 선비정신과 시는 아직도 남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재미있게보셨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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