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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장동료중에 K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회사만 마치면 자신의 기숙사방에 틀어박혀 채팅에 집중했다. 무슨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왠 채팅방이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 사람은 나름 '슈퍼방장'인가 하는 유료 아이템까지 구입해가며 채팅에 열을 올렸다. 어느날 휴게실에서 K군을 만났는데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문득 궁금한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
라이너스: 채팅왕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ㅎㅎ; 재미있어요? 저는 워낙에 해본지 오래되서...^^;
K군: 사실 꼭 채팅이 목적이라기보다... 나이도 들어가고 이제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어서요...
라이너스: (살짝 당황하며) 아, 아하... 그렇구나.; 채팅으로 여자친구를 만나려고요? 그거보다 소개팅이나 이런게 낫지않을까요?
K군: 직장도 지방이고, 마땅히 소개시켜줄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라이너스: 그래서 성과(?)는 좀 있던가요?
K군: 그게 좀...; 채팅하다보면 뭔가 통한다고 느꼈는데...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어렵고, 또 막상 용기를 내서 만나도 또 생각처럼 그리 쉽지가 않네요.
채팅으로 여자친구를 구하고 싶다는 K군의 사연... 그런 그의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지만, 왠지 좀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좀 애매한 기분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만남을 가지기 힘들다는 이유로 온라인 만남으로 들어가곤한다. 마치 영화 접속이나, 동감처럼...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온라인에서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보다 잘 안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하는데... 대체 왜 그런걸까?
온라인 만남이 잘되면 오프라인으로도 되는거고,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또 온라인으로도 연결이 되는거란... 온라인이란 결국 전화기나 카톡처럼 그저 '수단'에 불과할뿐이란 인식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명확하게 그어놓고 온라인 상에서만 교류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보면 한쪽에선 '진심'을 가지고 다가갔는데 다른 한쪽은 채팅이 일종의 롤플레잉(역할놀이)의 한 부분일뿐이었던것.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런 이들의 특징은 온라인 상에서는 재미있고 과하다 싶을정도로 유쾌하고 활발한 사람인데, 실제로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많다. 이때 상대가 자신에게 보다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만날것을 제의하면 그 선밖으로는 왠만해서는 나오려 하지 않는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실제 만남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상대는 그저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NPC(NON PLAYER CHARACTER)에 불과할뿐이지 않을까.
첫번째 케이스와는 다르게 온라인 상에서 친해진 상대를 만나볼 의사도, 경우에 따라선 잘해볼 마음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실제로 만날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날 보고 실망하는거 아닐까. 그때 보여준 그 사진 뽀샵 정말 많이 한건데...
온라인상에선 너무나도 재미있는 나지만, 막상 만나면 말하나 제대로 못해서 버벅될텐데...
혹은 막상 만났는데 별로거나, 심지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란 우려까지...
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바타 뒤에 숨은 실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실제로 만나보지 못한 상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이 두가지가 용기를 내기 힘든 이유다. 물론 첫번째야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할지라도 두번째 경우는 데이트 폭력등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정말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유머감각 뛰어나고, 지적이고, 최고 그렇게 재미있고 센스있는 남자가 없었는데...
오프라인: 막상 보면 말도 잘 못하고 버벅되고, 외모도 별로... 과묵하다.
우리는 종종 최고라 극찬을 받던 소설이 영화화되고나서 실망하는 팬들을 보곤한다. 소설이 영화보다 나은 이유? 바로 상상이란게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했던 상상속에서는 드래곤이 뛰어다니고 마법사가 날아다니고, 화려한 마법이 펑펑 터져나오던 것이, 막상 영화화되니 가짜티가 팍팍나는 허접한 3D 그래픽으로 떼운것이라면... 정말 실망이 크겠지?
온라인-오프라인 만남도 마찬가지. 채팅을 하는 동안 혼자서 상상 속의 정말 이상적인 상대를 그렸는데... 막상 만나보니 자기가 생각하던 그런 이미지가 아니면 오히려 더 크게 실망을 하게된다는것.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끈끈하게 이어왔던 유대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 버리고 싶은 심정이겠지?
물론 어느 곳에서 만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긴하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거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까진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만남이 잘안되다고해서 온라인으로 찾아들어가는건 오히려 현실부정이요, 회피다. 온라인이 아무리 편리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 온라인의 주체가 되는건 오프라인인 당신이라는걸 기억하시고, 온라인상에서의 경험치(?)를 쌓는것보다 현실상에서의 매력을 쌓는게 더 중요하단것도 꼭 기억해주시길... 겉은 아이폰 박스인데 속은 구형 폴더폰이면 의미없지 않은가...^^; 현실에서도 '되는'사람이 온라인에서도 '될수'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라이너스의 연애사용설명서는 계속된다. 쭈욱~
+자매품: 문자 메세지가 당신의 연애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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