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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주변 사람들이 동경어린 시선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곤한다.

직장동료1: 우와~ 멋지다. 사진 잘찍겠네?

나: 어, 그냥 그렇지 뭐...

겸손한척 대답을 하지만 속으론 기분이 나쁠리가 없다. 괜히 그동안 찍어둔 사진도 보여주고 슬쩍 카메라랑 렌즈 성능도 자랑을 해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그때 그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직장동료1: 너 사진 좀 찍는다고 했지?

나: 뭐... 그냥 그렇지 뭐...

직장동료1: 미안한데... 다음달 내 결혼식때 사진좀 찍어주라.

나: 그, 그정도 실력까진 아닌데...

직장동료1: 아는 사람 좋다는게 뭐냐... 그리고 너 사진 찍어놓은거보니 완전 프로 작가수준이던데... 부탁좀 할께~

처음엔 귀찮단 생각에 뒤로 빼다가도 상대방이 칭찬을 시작하면 한껏 고무되어 자기도 모르게 수락해버리고 만다. 그 후폭풍은 생각조차 못한채....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는 사람 사진 좀 찍어주는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주지 말라는 건가요?"

...라고 되묻는 선량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번이라도 경험을 해봤다면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는 제법 현실적인 사람들도 있다는데... 오늘은 제목과 같이 꼭 결혼식 사진이 아니더라도, 돌잔치, 회갑 잔치... 기타 타인의 모든 행사에서 사진을 찍어주면 괴로운(?) 3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1. 전문가 수준을 바란다.

사진을 접해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좋은 카메라가 있으면 사진이 잘나온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카메라 있으면 사진은 잘 나올꺼고, 그 정도 카메라 가지고있으면 사진은 당연히 잘 찍을테니 안심하고 맡겨도 되겠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막상 사진이 나온걸 보면 십중 팔구는 실망을 하게된다. 왜냐고? 그라고 전문가는 아니니까.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둡게 나왔느니 표정은 왜 이러니, 카메라가 아깝니... 심지어... 이럴꺼면 돈주고 전문가(?)에게 맡길걸 그랬다는 말까지 하면 공짜 노동의 보상이 고작 핀잔이라는데서 실망감을 감출수없다.

물론 비싼 카메라, 비싼 렌즈가 성능면에서 더 우위에 있고 같은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카메라가 더 좋은 사진을 뽑아 낼수있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기계적 특성보다 찍는 사람의 실력과 감성 그리고 경험이 이른바 잘나오는 사진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뒤늦은 해명을 해봤자 변명처럼 들릴뿐이고, 내 자신만 더 구차하게 보인다.
"차라리... 처음부터 거절할껄.ㅠㅠ 해주고 욕먹고 이게 뭐야.ㅠㅠ"

 

 

 


2. 사진 찍는건 한순간, 후보정은 한세월~

사실 결혼식 사진찍는건 30분이 채 안된다. 그래서 부탁하는 입장에서도 하객으로 참가해서 그냥 그 시간에 적당히 찍어주면되지 뭐가 그리 부담일까 싶어서 쉽게 부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을 아무런 여과(?)없이 바로 건내줬다가는 바로 위의 1번과 같은 '카메라가 아깝느니....'같은 말이 나오는것이다.

사실 여러분들이 보는 작가들의 사진은 그저 셔터만 눌러댄 사진이 아니다. 그리고 기기적 성능보단 오히려 뽀샵(후보정)에 더 의존하는게 사진이다. 장당 사진 찍는 시간은 자세잡고 셔터를 누르는 몇초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피부톤 맞추고, 굵게 나온 팔뚝살 깍아주고, 흐릿한 초점에 샤픈(shapen)주고, 색감까지 맞추다보면 장당 십분씩도 걸리는게 후보정 작업이다.

지인에게 만족감을 주기위해서, 최소한 욕은 먹지않기위해서(응?) 후보정을 하다보면... 걔네들은 신혼 여행 가서 보라카이 백사장을 마구 내달리고 있을때 나는 춥고 배고픈 방구석에 쓸쓸히 틀어박혀서 도대체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것이다. 물론 축하해준다는 의미로 본다면 그것도 괜찮겠지만 그게 지나쳐서 괴롭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지않을까? ^^;



3. 악순환의 반복...

직장동료1: 역시~ 대박... 이야~ 역시 너한테 맡기길 잘했어... 너무 고맙다.

용케(?) 사진이 다들 잘나왔고, 후보정에 들인 노력도 모자라지 않아 친구의 마음에 쏘옥 들었다고 치자. 힘들긴했지만 그래도 친구의 기대에 부흥했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또 다른 친구2의 전화...

직장동료2: 너, ㅇㅇ 결혼식 사진 찍어준거... 대박이더라!

나: 부, 부족하죠 뭐...^^;

직장동료2: 아니긴 뭐가 아냐... 그래서 말인데...

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진 그의 뒷말은...

직장동료2: ㅇㅇ가 너한테 꼭 사진 찍어달라고 맡기라던데...? 내 결혼식때도 부탁해?

이놈의 자식! 날 팔아먹다니! 내가 얼마나 고생한지도 모르고! 이럴땐 거절하기도 애매하다. 섣불리 거절했다간...

직장동료2: 뭐? ㅇㅇ는 해주고... 나는 안돼? 그래... 우리 사이가 그정도지 뭐...

...란 반응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당신은 직장동료, 직장동료의 동생, 직장동료의 동생의 친구까지 무보수 찍사(?)로 팔려다니는 처지로 전락하게되고 어쩌면 다음번 직장동료의 부탁엔...

"카메라? 아, 그거 팔았어.. 아하하..."

...라고 어설픈 거짓말을 하게되는 신세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상으로 아는 사람 결혼식 사진을 찍어줘서는 안되는 3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물론 사진을 부탁한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일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인데 기왕이면 잘찍어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또 그들이 생각못한건... 돈을 들인건 돈만큼의 값을 하기 마련... 돈안들이고 주사위를 던졌는데 6이 나오면 대박이지만 1이 나왔다고 욕하는건 잘못이란것이다.

잘해줘도 본전, 못해주면 원망만 들을뿐이라면... 차라리 행사 전문 사진 작가로 활동하시는분들도 많으시다. 그런 분들에게 맡기는게 다소 비싸보여도 당신의 무병장수와 친구의 만족도를 놓고 본더라도 훨씬 이득이다. 차라리 그쪽으로 추천해줄것은 권한다.

그리고 아는 지인에게 사진찍어달라고 부탁하시는분들... 위의 글과 같이 행사 사진을 찍어준다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겉으로 보이는것과 달리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리는, 그리고 신경이 무척 많이 쓰이는 작업이다. 왠만하면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게 최선일것이고, 상대방이 기꺼이 맡아주신다고 하셨다면 그 분의 호수 위를 둥둥 떠가는 우아해보이는 백조의 자태아래로 땀을 뻘뻘 흘리는 물갈퀴질이 있었다는걸 잊지마시고... 꼭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시길 바란다.^^
 

+자매품: 아는사람 PC조립을 해주면 안되는 3가지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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