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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졸린 눈을 비비며 메일함을 열었는데 그중 눈에 들어오는 한통의 메일.
제목: 안녕하세요? 슈퍼블로거 팀의 J모 작가입니다.
얼마전 클래지콰이의 호란씨가 MC를 보는, 각 분야의 블로거를 초청해서 토크쇼를 하는 슈퍼블로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걸 알게되었고 출연하신 분들이 살짝, 아니 많이 부럽기도 했다. ^^;
"아, 나도 저런데 불러주면 좋겠다~"
이렇듯 막연한 부러움만 가지고 있었는데...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 그런데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기존에 출연하신분들을 보니 어찌나 말씀들을 잘하시는지... 글만 잘쓰는지 알았는데 말솜씨도 예사롭지 않구나. 사실 글이라면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지만 말은 그렇게까지 자신이 없는것도 사실이었다. 글은 여러번 고치고 가다듬을수 있지만 말은 한번 입밖으로 꺼내버리면 수정(?) 할수없으니까. 까딱 잘못 발언(?)했다가
'라이너스씨 10만 안티 생겨.'
뭐 이런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만큼 TV 방송의 위력은 무서운것.
'해? 말어?'
그토록 부러워했던 기회가 왔음에도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일단 저지르고보자'는 정신에 입각하여 결국 결단을 내렸다.
"하겠습니다!"
결국 작가님들과 여러번 통화를 하며 컨셉을 잡고, 촬영날짜를 잡았다. 보통은 촬영 전 사전 미팅을 한번쯤 한다고 했지만 필자의 사정상(통영-서울은 왕복 8시간) 전화 미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그날! 아침 일찍부터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려(물론 필자가 달린건 아니다.-_-;) 서울 남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약속 장소는 북한산 기슭(?)의 한 카페. 시간이 3시간정도 남아있던지라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북한산 근처의 모 커피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리 준비를 했었으면 좋았으련만... 사전 미팅도 못한데다 리얼 토크쇼를 추구하는 슈퍼블로거의 특성상 미리 대본을 못봤던지라...ㅠㅠ 혼자라도 대충 예상 질문을 뽑아보리라 생각했던것.
키위 스무디를 하나 시켜놓고 미리 출력해온 블로그의 포스팅 내용과 내 책 '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의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
"걱정하실것없어요. 기존에 포스팅하신 내용에서 벗어나는 질문은 없을꺼예요."
...라는 작가님의 말을 떠올렸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라구요.ㅠㅠ 워낙 오랫동안(?) 쓰다보니 아주 예전에 썼던 내용들이 기억조차 안나는건 어쩔.ㄷㄷ; 이리저리 고민을 해보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라이너스님! 저희 슈퍼블로거팀이 모시러 왔습니다."
앗, 내 키위 스무디! 다 마시지도 못했는데.ㄷㄷ; 아차, 이, 이게아니라 내 포스팅 다 훑어보지도 못했는데.ㅠㅠ
어쨌거나 그동안 전화상으로만 뵈었던 슈퍼블로거 작가님과 촬영팀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촬영 장소인 북한산 공원 기슭의 한 카페에 도착했다. 커피샵...이라기보단 살짝 갤러리 느낌도 나고... 여튼 운치있는 곳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갖가지 조형물들이 보인다. 멋진데! 근데 한가지 문제가... 바로 옆 건물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던것. 깡깡거리는 망치소리에 징징윙윙거리는 그라인드 소리까지.ㅠㅠ 촬영팀의 표정도 어둡다. 이 일을 어쩔...
한참 자리를 세팅중이신 촬영팀을 뒤로하고 필자는 드디어 받아든 대본을 손에 쥐고 한쪽 구석에 앉아 열심히 궁리(?)중이다. 그런데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야! 어떤게 나올지 모르겠어! ㄷㄷㄷ; 아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보이는 낯익은(?) 여성 한분.
앗! 호란씨다! 사실 만나기 전에는 섹시아이콘이니 지적인 분위기니 왠지 이런 이미지가 있어서... 뭔가 무서울(왜?)것 같았는데 차분한 안색에 생각보다 털털한 분위기의 호란씨. 왠지 느낌이 좋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호란씨는 의상을 갈아입으러 가시고... 필자는 작가분과 PD분과 대화를 나눴다. 긴장... 긴장...
드디어 자리가 세팅이 되고... 시원한 아이스 커피 두잔이 탁자위에 놓였다.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세팅되고 방송용 마이크까지 허리춤에 꼽으니 드디어 제대로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머리속이 하얗게된다. 이, 이게 아니잖아.; 호란씨가 드디어 자리에 앉으시고... 촬영 시작전 가볍게 대화를 나눈다. 농담도하고, 뒤에 놓인 조형물이 과연 얼마일까 진지하게 토론도 해보고(?) 여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좋았다. 어느덧 긴장이 조금씩 사그라드는걸 느낀다.
드디어 촬영 시작! 인삿말부터 시작해서 한 20분쯤 촬영했을 때였을까.... 제법 말이 술술 나와서 기뻐하고 있는데...
"잠시만요!"
PD님이 돌연 촬영을 중단시키신다. 그렇다. 처음부터 우려했던 옆 건물의 공사 소리가 문제가 된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촬영을 가기로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한번 했던 말은 더 잘될법도 한데... 앞에선 술술 나왔던 말이 갑자기 버벅대기 시작한다. 안돼.ㅠㅠ 역시 나는 리허설형이 아닌 실전형(?) 인간인가보다.
하지만 처음의 버벅거림도 잠시... 능숙한 호란씨의 진행에 고무된 탓일까 술술 대화가 풀려나가는것같다. 만남, 연애, 이별의 순으로 신이나서 대화를 풀어나가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단계... 호란씨의 미투데이를 통한 연애 블로거 라이너스에게 질문을받는 시간이 왔다. 우리들이 찍고있는(?) 동안 미투데이에 올라간거라 미리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그럭저럭 잘 대답을 해나간 것 같은데... 마지막에 필자를 깜짝 놀하게한 호란씨의 한가지 질문.
"자, 그렇다면 가수 호란, 본명 최수진의 연애 상담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ㄷㄷ; 너무 뜻밖의 상담인데다가 연예인의 연애상담(응?)은 처음이었기에 한동안 할말을 잃었던것같다. 그 부분에 대해선 다음편(?)에 따로 포스팅해보도록 하겠다.^^; 어쨌거나 시종일관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촬영이 드디어 끝이났다.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필자의 책, '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에 사인을해서 호란씨께 드렸다. 서로 사인도 주고받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라이너스 많이 컸다. 연예인이랑 사인도 주고받고...ㄷㄷ;
소소하게 시작했던 블로그.... 그러나 그 블로그를 꾸려나가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쓰고싶은 글을 써나가면서, 좋은 블로그 이웃들과의 만남, 신문 인터뷰, 출간에 이어... 결국 방송 출연까지... 어떻게보면 모두 다 블로그를 통해 '처음' 해봤던 것들이라 약간은 두렵고 떨리기도 했던 경험이었지만... 역시 새로운 경험은 좋은거같다. 처음은 무섭고 두렵지만, 그 처음 한번으로 인해 다음에 또다른 도전을 할수있다는 용기를 얻은것과 또 한단계 넓어진 시야를 볼때도 말이다.^^
라이너스의 첫 공중파 데뷔작(?) '슈퍼블로거' 16회가 9월24일(금요일밤에서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새벽 1시30분에 MBC에서 방영됩니다. 라이너스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평소 궁금하셨던 분들... 혹은 연애 이야기가 궁금하신분들은 꼭 시청하시어 시청율(응?)을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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