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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파릇파릇하던 대학교 1학년이던 시절... 가장 즐거웠던건 역시 대학교의 축제 문화였다. 고등학교 축제와는 달리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분위기에, 술이 있고, 열정이 있고, 낭만이 있는... 또한 인기 가수들의 초청 공연도 또다른 즐거움의 하나였다. 대학 축제 기간때는 어디 학교는 누가 온다더라, 저기 학교는 또 누가 온다더라, 하면서 나름 좋아하는 가수들이 온다는 학교를 찾아다니던 즐거움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 상 연예인을 보기 힘들었기때문에 더 그런걸 찾아 다녔던 건지도...^^; 여하튼 그 당시 P모 대학에서 가수 이승환씨가 온다는 소문이 들렸다. 중학교때부터 이승환을 좋아 했던 필자로써는 꼭 한번 가보고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창 출신인 J군을 꼬시기 시작했다. 껄떡의 대명사로 여자만 보면 군침을(?)을 흘리던 J군, 처음엔 바쁘다는 핑계로 사양하더니 P대학교에 미인이 많다는 필자의 감언이설에 깜빡 속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필자와 함께 버스를 타고 그 학교로 향하고 있더란^^;

아, 이승환이다! 이승환...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교문을 들어서던 필자와는 달리, 아, 여자다! 여자! 게다가 미인!... 하면서 교문을 들어서던 J군. 이런걸 동상이몽이라고 해야할까? ㅋ 어쨌거나 J군을 꼬드겨 결국은 이곳에 왔다는 마음에 의기양양하게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 안내를 하는 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던 박주미를 닮은게 아닌가! 

이런느낌?
 

우아... 여자들이 이쁘다는건 감언이설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사실이 되어버렸군.ㄷㄷ;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서는데...  껄떡의 대명사, 우리들의 J군,

J군: 이봐, 라이너스군! 나 저 여자 너무 마음에 든다. 완전 내 스타일인데! 한번 잘 해봐야겠다.

라이너스: 자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걸세. 누군들 그녀가 스타일이 아니겠소.

J군: 쟤봐, 아까 나보고 인사하면서 웃었잖아. 나 좋아하는 거라고...

라이너스: 그럼, 인사를 울면서 하는 사람도 있냐. ㄷㄷㄷ;

J군: 몰라, 어쨌든 쟨 내 꺼니까 건들지마라.

라이너스: 이봐,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건들고 말고는.... 휴... 말을 말자. 알겠다. 일단은 뭐 건투를 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워낙 그런 행동을 자주 벌였던 녀석이었고 그냥 한번 찔러보는거겠지... 하면서 넘겨버렸다. 대운동장에 마련된 무대로 갔으나 너무 빨리 도착했던건지... 인기 가수의 공연은 거의 2시간 가까이 남아있었다. 원래 그렇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법.^^; 아직 시간도 남아있고 저녁을 안먹었던지라 배도 고프고 해서 교문 쪽에 있던 파전 파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J군, 교문쪽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J군: 하루종일, 힘드시겠어요. 괜찮으세요?

P양: 괜찮아요. 근데 다른 동아리들은 공연도 하고, 꽃도 선물받고 하던데... 우리는 그런게 없어서 아쉽긴해요. 나도 꽃 한번 받아봤으면...


...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홀라당 넘어간 J군(사실 필자도 넘어갈 뻔...ㄷㄷ;) 필자의 돈을 빌려(이자식, 그정도는 니 돈으로 사라고!) 꽃다발을 사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P양: 아... 뭐 이런걸 다... 너무 이뻐요~ 고마워요..^^

생긋 웃으며 꽃다발을 받아들곤 향도 맡아보고 흔들어도 보고 좋아하는 그녀 앞에서, J군은 돌아서려다 못내 아쉬운지 다시 말을 건다.

J군: 저... 혹시 연락처라도...

마침내 P양으로부터 연락처를 얻어낸 J군 하늘을 날아갈듯한 기세다.

J군: 이봐, 이봐. 먹힌거라고! 처음 날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니까. 게다가 아무리 꽃 사줬다고해도 마음에도 없는데 연락처 내밀겠어?

언뜻 J군의 말이 맞는듯 하면서도... 저렇게 예쁜 여자가 애인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분명히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을텐데 혹시 어장관리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날아갈듯 좋아하는 J군에게 차마 내색은 못했다.^^; 어쨌거나 축제가 끝나고나서도 그는 P양과의 연락을 이어갔고... 그래서 필자도 처음의 생각은 그냥 기우였으려니 했다. 내심 그렇게 이쁜 여자친구가 생긴 J군이 부럽기도했고..^^;

J군은 P양을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에 들었단다. 그때도 이뻤지만 밖에서 따로 만나 찬찬히 뜯어보니 청순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것. 게다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고교시절 D여고 표지 모델로도 뽑혔었단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않았어, 하며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할때도 왠지 다른 남자들이 부러움이 섞인 눈초리로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고 왠지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단다. J군은 P양에게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학생 처지에 넉넉치도 않았을텐데 온갖 선물에, 편지에, 꽃다발에... 만날때마다 돈도 다 자기가 내고... 그러면서도 P양이 혹시 어떤걸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꺼내기면 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또 사다바치고... 정말 공주와 하인이랄까^^; (짜식, 근데 내 돈은 그만 좀 빌려가란 말이다!) 그리고... 만난지 한달쯤 됐을때쯤일까... J군은 드디어 P양에게 고백을했다. 바닷가에 앉아서 근사하게 기타를 치면서... 고백을 하고 꽃다발을 내밀었다.

J군: 나 너.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어. 지금까지도 그렇고. 나 너... 너무... 사, 사, 좋아해~ 나랑 사겨줄래?

순간 난감한 표정의 P양. 그걸 보는 순간 J군은 아뿔싸 싶더란다.

P양: 음... 나도 니가 너무 좋아. 정말 너 정말 좋은 사람이고, 나한테 정말 과분한 사람이고. 그런데... 미안한데, 나 좋아하는 선배가 있는데 어쩌지?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 괜찮지?

J군은 울고싶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며 그와중에도 P양을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털래 털래 돌아와 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J군: 크허헉...ㅜㅜ 라이너스군, 나 퇴짜맞았다.

라이너스: 허걱? 그래? 어쩌겠냐... 잘됐음 했는데 말야. 힘내라. 또 좋은날이 오겠지.

J군: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나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계속 만난거지? 대체 왜? 뭣때문에?



그때는 솔직히 필자도 알듯말듯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대답을 해줄 수 있을것같다.^^; 역시 세월은 사람을 영악(?)하게 만드는 걸까.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바로 전문용어로 어장 관리라는 거다. 당신이 그녀에 어망에 사로잡혀서 파닥파닥 거리고 있는 물고기라는 움직일수 없는 증거를 몇가지 짚어보자...^^;

첫째, 그녀가 당신을 위해 돈을 쓴적이 있는가?
연애 초반에 남자가 돈을 더 많이 쓰는 경우는 물론 흔한 경우다. 하지만 몇번 만나다보면 보통 남자가 밥값을 내면, 여자가 커피값을 내기도하고 그것마저 아니라면, 하다못해 조그마한 음료수나 입가심용 껌이라도 하나 살 법한데 절대 돈을 쓰는 경우가 없다. 자기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아니 최소한 친구라고만 생각해도 그렇겐 못할것이다. 당신은 그녀에게 이미 봉이다. 당신의 변신이 다채롭다. 물고기에서 이젠 봉까지... 아님 봉이란 물고기인가? 봉어.;;;; 여튼 어장안의 수많은 물고기들 중 하나일뿐인 당신에게 신경을 써줄 어장 주인은 없다. 그냥 필요할 때 어장에서 건져 먹을뿐.-_-;



둘째, 그녀가 당신에게 먼저 연락한적이 있는가?
당신이 먼저 문자를 두세통 보내면, 한 통 정도는 돌아온다. 전화를 걸면 어느 정도는 반갑게 받아준다. 맛있는 걸 먹거나 영화를 보자고 연락을 하면 반갑게 맞이한다. 그래서 당신은 착각한다. 우리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하지만 착각하지마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신이 문자보내고, 전화걸고, 만나자고 했을뿐. 그녀는 당신에게 그저 맞장구만 쳐줬을뿐이다. 물론 연애 초반에는 여자쪽에서 튕긴다고, 혹은 부끄러워서 먼저 연락을 한다던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다. 하지만 최소한 관심있는 상대에게 아침에는 잘잤냐는, 밤에 잘자란 문자 한통화 정도는 해줄법도 한데... 이상하다, 폰의 SEND 버튼이 고장났나? 아님 손가락에 관절염이라도? -_-; 한번쯤은 의심해볼만하다.

셋째, 그녀는 인기가 많다는 걸 은근히 과시하진 않았던가?
길거리를 지나가기만 했을뿐인데 남자들의 데이트 신청이 들어오고, 4:4 미팅 자리에 나갔는데 모든 남자가 다 자기를 선택해서 곤란했었고, 자기 과에서 두명의 남자가 같은 날 동시에 고백하는 바람에 피곤했었고... 그녀의 말을 듣다보면 공주병 환자의 발언이라고 할 정도의 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미 당신은 그녀에게 빠져있으므로 혹한다.-_-; 그리고 착각을 한다. 이렇게 인기있고 멋진 그녀가, 다른 남자들의 고백은 다 뿌리쳤던 콧대 높은 그녀가, 이렇게 나만을 만나주다니. 역시 난 행운아인가봐...하고 말이다. 하지만 잊지마라. 당신을 만나 '주는'건 맞지만 결코 당신만을 만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넷째, 계속 뭔가를 요구하진 않았던가?
"이번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 앨범이 나왔다던데... 그 CD 들어보고싶다."

"비 오는 수요일 저녁 꽃다발 한번 받아봤으면... "

"저 귀걸이 너무 이쁘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나한테 귀걸이 사줘본 남자는 없는거 같네."


심지어는...

"내일 무슨 날인지 알아? 우리 알게된지 벌써 한.달.째. 되는날!"

...하면서 선물을 안줄수 없게끔 만든다. 물론 대놓고 사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거 가져봤으면, 이런건 나한테 한번도 해줘봤던 사람이 없네, 하면서 상대의 잘보이고 싶은 마음을 알아서 불타오르게끔 만드는 것. 이런걸 전문 용어로 먹튀(먹고 튀기)라고도한다. 그녀의 어망 속을 찢고 나와 정신을 차리고보면, 당신의 지갑은 당신의 마음마냥 텅비어 있을 것이다. -_-;

다섯째, 당신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본적이 있는가?
그녀를 만난지 어느덧 한달째, 벌써 열번도 넘게 만났는데 그녀의 친구들을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원래 여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친구들에게 보여줘서 평가(?)도 받아보고, 자랑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단지 당신이 그녀가 만나는 수많은 남자들 중에 한명일 뿐인 거라면... 그런 당신을 굳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겠는가? 우연을 제외하고 그녀의 주변 사람을 단 한명도 만나본적이 없다면 한번쯤은 의심해 볼만하다.

여섯째, 그녀는 항상 바쁘지 않던가?
오늘 시간 되니?, 하고 물으면 바쁘다. 내일 시간 되니, 하면 바쁘다. 약속을 한번 잡을 때도 두번, 세번씩 더 물어서 맞춰야 하고, 당신과의 통화중에도 몇번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통화중 수신이 들어온다. 심지어는 당신과 만나는 중에도 계속 누군가에게 문자가 들어오고 전화가 걸려온다. 이때 그녀는 잠시만요, 라는 말만을 남긴채 급히 자리를 피한다. 물론 연애초반에는 상대방과 있는 자리에서 예의상 자리를 비켜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그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도 계속된다면 의심해볼만하다. 어쩌면 그녀는 자리를 피해 다른 물고기(?)에게 잠시 모이(?)를 주고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상으로 당신이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몇가지 알아보았다. 물론 연애 초반에는 튕기기도 있고, 밀고 당기기도 존재한다. 위의 예시 중에 몇가지는 튕기기와 겹쳐질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가지가 아닌 다섯가지, 아니 여섯가지까지 모두 다 당신의 상황과 일치한다면... 그건 어장관리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수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혹은 그는) 왜 당신을 어장관리 하고있는것일까? 소극적인 어장 관리의 경우, 우유부단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오는 사람막지않고, 가는 사람 막지않는다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잘해주면 그냥 그 자체로 좋아서인 경우. 하지만 막상 고백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게 부담스러워서 회피해버린다. 적극적인 어장 관리의 경우는 많은 물고기를 거느림으로써 자신의 매력과 인기가 높다는 자기 만족일수도있고, 최악의 경우 먹튀인 경우도 있다^^;

연애란 정말 어렵기만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고, 또 진심으로 좋아했다고 믿었던 그녀는 나를 어장 관리하고 있었다. 정말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건지 아닌지 미리 알수만 있다면 감정적, 시간적, 금전적 소모를 엄청나게 절감할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연애에도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100% 미리 예측하고, 행동할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가이드 라인 정도는 잡을 수 있기에 말이다. 그것만해도 큰 도움 아니겠는가? ^^ 그리고 어장관리 하시는 많은 남녀분들... 사랑의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고, 어떤 방식을 택하던 그건 본인의 자유겠지만... 남의 눈에 눈물 흐르게 하면, 자기 눈엔 피눈물 흐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은 꼭 기억하시길...^^; (이 놈의 블로그 주인장 어디다 대고 협박이야? 하신다면 할 말은 없다. 수많은 불우한 솔로분들을 대신한 분노의 협박이다.ㅋ) 어쨌거나 솔로분들 힘내시라. 당신의 사랑의 시작에 실패한 이유는... 당신의 노력이, 마음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을 뿐. 당신의 그런 사랑을 진심으로 감사히 받아줄 '자격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는걸 잊지말길 바란다. 이 세상 모든 솔로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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