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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신의 존재를 믿지않는다. 아니 믿지않았다. 하지만 난 지금도 그날밤 경험했던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수없다.
내가 군생활을 할때의 일이다. 나는 의무경찰 출신이다. 먼저 의경으로 간 학교 동기가 편한 보직으로 발령받아 편해보이길래 덩달아 지원했는데. 아뿔사. 처음엔 방순대(방범순찰대)로 발령 받아서 죽어라 데모 막다가. 일경말호봉(입대한지 11개월정도)이 되어 어느정도 편해지고 졸병들 관리하는 기수가 되었을때 운나쁘게도 본서(경찰서)의 전산실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일단 데모를 막지 않아도 되고, 새벽에 출동을 나간다거나 미군부대(당시 9.11테러가 발생했었음)를 지켜주지않아도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방순대에선 밑으로 졸병들이 우글우글 했는데 여기오니까 내가 막내였다. 게다가 24시간부서라 2인1조로 근무를 했는데 철야근무를 마치고도 아침에 교대를 안해준다던지 식사시간에도 고참이 자리를 비우고 나가버려 식사를 못했으며, 같은 조였던 고참이 싸이코라 자기는 새벽에 자러 올라가버리고 밤샘 근무에 지쳐 몇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러 내무반으로 올라가면 심심하다며 구타하고 괴롭히기 일쑤였다. 어쨌든 그 시절 난 사람이 잠을 그렇게 못자고 밥을 못먹어도 살수있구나,하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당시 우리 경찰서는 부산 롯데백화점 반대쪽편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중이었는지라 양정에 있는 임시 건물을 쓰고 있었다. 언덕배기에 있는 낡고 하얀색으로 칠해진 건물이었는데 약간 음침한 분위기였다. 어느날 밤, 현관 입구에 있는 책상에서 출입 통제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초라한 몰골의 남자가 불쑥 들어오며 명함 한장을 책상위에 툭 던져놓았다.
"나 이런 사람인데... 급한일이 있어서 왔으니 들어가 보겠다."
뭔가 싶어 명함을 보니... 세상에...
'한국 세계 우주 대통령, 박XX'
...이라는 타이틀이 적혀있는게 아닌가..;;
어이가 없어 넋을 놓고 있는 사이 그 남자는 전의경 생활실이 있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있었다.
"아저씨, 그리 들어가심 안되요. 어서 나오세요!"
나는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그 아저씨를 간신히 끌고 나와 입구쪽을 지키고 있는 전경에게 내보내라고 인계해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현재 임시로 쓰고 있는 이 건물은 예전에 정신병원이었는데 그당시 입원해있던 환자들이 지금도 가끔씩 옛 기억에 불쑥불쑥 찾아올때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섬뜩한건 전의경 생활실이 있는 지하는 예전에 영안실로 썼다고 한다. 윗사람들이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음기를 혈기왕성한 전의경들의 양기로 막는답시고 그곳에 개조해서 생활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밤이 되자 3층 전산실에서 같이 철야 근무를 해야할 고참은 자러 내려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마, 종오. 옛날에 여기 정신병원이었단다. 혹시 여기 밤에 귀신나오는거 아나. 무섭지? 욕좀봐라."
라고 놀리듯 말하는게 아닌가. 사실 전산실은 보안통제구역이었는지라 따로 독립되어있었고 정신병원이니 영안실이니 하는 말들을 들은지라 슬그머니 두려움이 일기도했지만 저 악질한테 밤새 두들겨 맞고 괴롭힘당하는거보단 귀신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 괜찮습니다. 푹 쉬십시오."
...그렇게 고참은 전산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서류 정리를 하고 남은 잔업을 하다가 정말 너무 피곤해서... 전산실 안쪽에 칸막이를 쳐놓은 바닥에 잠시 드러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한참을 달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온몸을 압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려해도 떠지지 않고... 손가락 하나 꼼짝할수없었다.
지금까지 가위 한번 눌러본적 없는 나인데... 이런게 가위 눌림현상인가.
머리로 생각하며 문득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신체의 일부분이라도 움직일수있다면 가위에서 벗어날수있다는...
나는 안간힘을 쓰며 눈꺼풀을 들어올리려 애를 썻다.
하지만 눈을 뜬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하얀옷을 입은 긴머리의 여자가 내게 등을 보인채 내 몸위에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제발 꿈이길 빌었다.
악몽이라면 어서 깨라고...
하지만 그 여자는 점점 내게 다가오더니 내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목으로 전해오는 서늘한 느낌은 점점 더 커져가기만했다.
"똑똑똑똑..."
?
"똑똑똑똑..."
아, 어?
"조회와러 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내 목을 조르던 여자는 간데 없고, 파출소에서 신원조회를 요청하러 온 순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꿈이었던 것일까?
"수고가 많습니다. 빨리 조회좀 해주세요."
"아, 아, 네 안녕하십니까."
내가 조회를 하는동안 인상좋게 생긴 순경이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새로온 의경인가 보네?"
"아, 네, 그렇습니다."
"여기 예전에 병원이었던거 아나?"
"네, 들었습니다."
"뭐 별로 겁주는건 아닌데 우리 관할지역이라 이곳에 몇번 출동했었는데... 원래 저 옆에 있는 조사계 방하고 이곳하고 쭈욱 연결되어있었는데.... 바로 저 자리에서"
...하면서 방금까지 내가 잠자고 있던 구석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저 자리에서 어떤 여자가 커튼을 벗겨내고 목을 감아 자살한적이있지. 나도 신참때라 죽은사람 처음본건데 어찌나 무섭던지. 핫핫핫..."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그럼... 방금 그 여자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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