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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기차 여행을 할때 비어있는 옆자리를 보면...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리며 왠지 괜찮은 이성이 옆자리에 앉게될것같고, 운명같은 만남이 이뤄질것만같은 묘한 기대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물론 기대는 어디까지나 기대일뿐 보통은 그냥 아저씨나, 아줌마가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주 가끔 손에 꼽을 정도의 확률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옆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K군의 사연,

며칠전 아침 KTX를 타고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부산으로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학교 다닐때는 그렇게 받기 싫었던 예비군 훈련이 직장인이 되니 놀러가는 기분도 들고, 휴가 같은 기분도 들더군요. 그렇게 기분 좋게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이때 멀리 통로쪽에서 긴 생머리의 아리따운 여성분이 한명 걸어오는 겁니다. 순간 좁은 통로에 환하게 빛이 나는것 같더군요. 그 여성분이 안쪽 자리라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으로 편히(?) 들어가실수있게 해드리고... 그분은 감사하다고 하시며 자리에 앉으시더라구요.

긴 생머리에 긴 속눈썹... 뽀얀 피부, 생기있는 입술까지... 정말 너무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기차 타고 가는 내내 그런 그녀를 흘낏흘낏 훔쳐보았네요. 어떻게하면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까, 어떻게 좋은 인연이 될순 없을까 고민하다가... 때마침 열차내 이동 판매원 아저씨가 지나가는 겁니다. 잘됐다 싶어서 바나나 우유 2개를 사서 옆자리 여자분께 하나 건냈습니다. 거기까진 참 좋았어요. 이걸 기회로 뭔가 말을 이어볼까 했는데 생각과 입은 따로 놀고.ㅠㅠ 결국 그녀도 저도 말없이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아먹으며 그냥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더군요.

이쯤에서 뭔가 해야하는데, 갑자기 또 말을 건내기도 어색하고, 어느덧 부산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방송이 흘러나오더군요... 엄청난 갈등과 고민으로 속이 그야말로 새카맣게 타들어가더군요. 저는 부랴부랴 지갑을 뒤져 하나 남아있던 명함을 하나 꺼내서

'저기요.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꼭 연락주세요'

말 한마디와 함께 명함을 건내고, 바나나 우유 빈통을 꿀단지마냥 움켜쥐고 도망치듯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그후 뭔가 영화에서처럼 연락이라도 오리라 휴대폰만 바라봤지만... 그래요.ㅠㅠ 여전히 오늘도 전 혼자랍니다.ㅠㅠ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한걸까요? 그녀는 도대체 왜 제게 연락을 하지않은걸까요?


기차에서, 그것도 바로 옆자리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앉게 되는일... 누구나 꿈꾸지만 잘 이뤄지지 않기에 정말 꿈같은 일이 아닐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다가왔을때 그저 그 꿈에 취해 멍하니 있다가는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열차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불행하게도(?) 지금부터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시간 28분... 그 짧은 시간안에 당신은 어떻게든 그녀와의 가녀린 인연의 끈이라도 이어야만 한다. 심지어 그녀가 중간 지점에 내리기라도 한다면 그 시간은 1시간 아니 고작 몇십분이 될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서울-부산행 기차가 아니라 서울-모스크바행 기차라도 되어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전달할 시간이 충분했으면 하는 바램이겠지만...  사실 그저 함께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인연이 이어질 확률이 더 커지는건 아니다. 그저 필요한건 적절한 타이밍일뿐...

K군이 저지른 실수는 크게 두가지다.

"바나나 우유를 건낸거요? 바나나 우유말고 박하스(?)로 할껄 그랬나요?"

천만에... 시도 자체는 무척 좋았다. 그녀는 바나나 우유를 순순히 받아들었고, 함께 마시기 까지 했다. 그건 그 행동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그녀에게 건내진건 바나나 우유 였지만 사실 그 남자가 그녀에게 건낸건 그의 마음이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닌이상 마음도 없는 사람이 이유없는 호의를 베풀지는 않으리란걸 잘 알고있을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 사람의 호의를 받은것이다.

"그럼 그녀도 제게 마음이 있었다는 거네요?"

워워~ 그렇다고 속단은 이르다. 당신을 받아들였다는게 아니라 당신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였단 말일 뿐이니까. 다만 문제는 바나나 우유를 너무 빨리 건냈다는것이다. 일단 호감을 전달했으면... 이어지는 후속타(?)가 있어야 어색하지 않을텐데... 미처 준비도 안되있고, 언변 역시 그리 뛰어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기란 정말 쉬운 노릇이 아니다. 바로 문제는 여기에 있다. 기회는 잡았으니 대화가 연결되지 못하니 더 어색할밖에... 결국 마음이 있음을 알려놓고도 남은 2시간 30분동안 어색하니 앉아서 가게 된것이다.

두번째 실수는... 명함을 주고 도망치듯 내린 것이다. 기억하라.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연락처는 주는게 아니라 '받아내는'것이다. 연락처를 주더라도 상대쪽에서 당신에게 마음이 최소한 '당신보다 더' 있는게 아니라면 먼저 연락하기 어렵고... 심지어 당신에게 마음이 없다면 당신이 건낸 명함 내지는 메모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




이 남자의 사소한... 하지만 대국(?)에 큰 영향을 미쳐버린 실수를 보정하고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겠다.

일단 바나나 우유 두 개를 산다. 그리고 그걸 손에 쥔채 잠시 고민 하는 척 하다가 마시지 않고 앞 자리 그물망(?)에 끼워넣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저 남자가 왜 바나나 우유를 두 개나 사서 마시지도 않고 그물망에 끼우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리는 시간이 가까워 왔을때... 그물망에 끼워둔 바나나 우유를 꺼내 하나 건내주면서...

"사실 아까 두 개 샀을때 하나는 그쪽 드리고 하나는 제가 마시면서 이야기라도 나누며 오고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드렸어요. 오늘 못나눈 이야기 나중이라도 나누고 싶은데 실례가 안된다면 전화번호를 알수있을까요?"

이렇게 말을 건내는 것. 전화번호를 얻어내는 행동은 잘못보면 선수(?)처럼 보일수있어 여자쪽에서 거부감을 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다소 귀엽고도(?) 순수한면을 어필해서 쉽게 마음을 전하고 다니는 가벼운 남자가 아니란걸 은연중에 드러내는것. 그러면 그녀도 거부감없이 당신에게 연락처를 가르쳐줄것이고... 이후의 인연은 당신이 만들어 가기 나름인것이다.^^ 어떤가, 앞의 방법 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확률적으로 가능성도 높지 않은가?


처음 만나는 이성에게, 그것도 정해진 시간 내에 마음을 정하는일...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막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놓치고 싶지않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바보되고 쪽팔리면 어떤가, 최소한 말 한번 제대로 못건내보고 애만 태우다 내리는것보단 훨씬 낫지않은가.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으니까. 결국 미인(혹은 미남?)은 용기 있는 자만이 차지하는것. 당신의 용기에 힘찬 응원을 보내며... 라이너스의 연애사용설명서는 계속된다. 쭈욱~



+자매품: 놓치기싫은 이상형에 고백!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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