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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이 제법 남아 따뜻한 마끼야또 하나를 시켜놓고 따사로운 햇빛이 비쳐드는 창가에 앉았다. 문득 촌음을 아껴 글이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테이블 위에 태블릿을 꺼내놓고 글을 쓰노라니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그렇게 한낮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커피샵 안으로 직장인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12시20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이 생각 났음이랴.

일련의 소음에 집중이 안되서 테블릿을 슬그머니 덮으려는데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내가 그랬잖아. B형은 안된다고! 내 예전 남친도 B형이었는데 걔도 바람펴서 헤어졌잖아. B형의 바람기? 누구도 못잡아."

별로 엿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옆 테이블에서 그렇게 크게 외쳐대니 어쩌라구.ㅠㅠ 그렇게 그 여자의 혈액형별 연애론은 계속된다.

"지금 남친은 A형인데... A형답게 소심하고 기는 약한데... 그래도 바람같은건 안펴. 역시 O형은 A형이랑 만나야 궁합이 맞나봐."

그렇게 열심히 혈액형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더 재미있는건 그녀의 직장 동료들은 마치 그녀의 말을 천상의 복음인양 반쯤 풀린 눈동자로 경청하고 있지않은가! 어이쿠, 이건 아니다 싶어 재빨리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그건 아니죠.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건 위험할수도 있다구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누구...?", "라, 라이너슨데요...", "이름이 라이너스? 외, 외쿡인? 한국말 잘하는데?"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봐 꾹 참고 바로 태블릿을 꺼내들고 이 글을 준비했다.(참,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이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이 자신의 연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아니, 꼭 맹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참고 정도는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은 편이다. 하지만...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연애에 참고하는건 자칫 나쁜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는데... 오늘은 혈액형에 집착하며 자신만의 연애론을 설파하는 또다른 S양들을 위해 준비했다. 혈액형에 집착하는 S양, 문제는 무엇일까?


1. 시시각각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사귀자는 말 안하는 B형 남자, 무슨 의미일까요?"

이때 혈액형에 맞춰서 예상되는 답은? 아마도...

"B형이 원래 밀당의 고수예요. 님도 같이 살짝 튕겨주세요."

...가 될것이다. 하지만 진짜 답은 그는 당신을 그저 좋은 친구 이상으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을 친구로만 보고 있는 남자에게 튕기기까지 해주다니, 이상한 여자로 찍히는건 한순간이겠지? 또다른 예로...

"내가 연락하기전엔 먼저 연락안하는 A형 남자 무슨 의미일까요?"

...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A형이 원래 소심해서 그래요. 보내고 싶은데, 먼저 보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거죠."

...일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 답은 그는 당신에게 전혀 마음이 없고 그저 문자를 보내주니 기계적으로 답장을 보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가, 상황을 단순히 혈액형에 대입해서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 제법 위험하지 않은가? ^^; 물론 참고하는 정도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심지어 그대로 행했다가 바보되고, 시간 낭비하고, 헛되이 감정까지 소모하는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지 않은가.



2. 정해진 틀로만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외로움에 지친 당신,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제법 느낌이 괜찮은 남자를 만났다. 유머 감각있고, 위트 넘치고, 매너 있고... 그런데 지나치게 매너 있는 그의 모습에 순간 그녀는 경계한다. 혹시...?

S양: 혹시, B형이세요?
K군: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와~ 돋자리 까셔도 되겠다.ㅎㅎ

순간 서서히 데워져가던 그녀의 마음은 급작스레 식는다.

"하필이면... 저 사람은 B형이니 바람기가 있을꺼야. 옛 남친도 B형인데 결국 바람나서 떠났잖아. 하지만 사람은 괜찮은데... 아, 이 일을 어째."

하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A, B, O, AB 단순한 4가지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 짓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바람둥이가 아닐까 의심하는 그 남자가, B형이라는 사실만을 제외하고 보면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이상형이라면 어쩌겠는가? ^^;

"하지만 맞는 경우도 있던데요?"

물론 그 말도 어느 정도는 맞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A, B, O, AB 어떤 타입의 혈액형이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들을 두리뭉실하게 섞어두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성향들을 조금씩 섞어놓음으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일치하는 몇몇 부분들을 찾아내 "어, 이건 완전 내 성격인데?"하고 공감하게끔 만드는것.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대범한 A형?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소심한 B형? 정말 없을까?



3. 말이 씨가 된다.

한참을 고민하던 S양은 그래도 친절하고 매너있는 K군의 태도에 반해 계속 만나기로 했고... 결국 둘은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S양의 혈액형 집착증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오빠, 매너 너무 좋은거아냐? B형은 바람둥이라던데~"

...라는 가벼운 농담에서부터...

"와~ 오빠, 아는 여자 많다. 역시 B형이라 바람기가?"

...라는 제법 뼈있는 말까지... 물론 그도 처음에는 장난이려니하고 웃어 넘길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듣다보면 농담인걸 알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나쁠것이다. 물론 남자가 소심해보일까봐 바로 화를 내진 못하겠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에 담고있다가 괜히 다른 일로 다투다가 감춰둔 불만이 무심코 툭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게 넌 바람둥이같은 B형남자랑 왜 사귀니?"

...하고 말이다. 혈액형이란 색안경에 그를 억지로 끼워맞춰 바라보다가는 그를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필요한 다툼의 원인이 될수도 있다는 점 꼭 명심하시길.^^;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혈액형에 열광하는가. 복잡한 인생사에서 1+1=2, 1-1=0 처럼 단순명쾌한 답을 얻고싶은것이다. 물론 어려운 연애 상황에서 한가닥 지푸라기라도 움켜쥐고 싶은 당신의 마음은 알고 남음이다. 하지만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뿐. 튼튼한 동아줄이 아니다. 움켜잡은 지푸라기가 힘아리없이 쑥 뽑혀져 버린다면... 상황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하겠지?

연애란, 아니 사랑이란... 그런게 아니다. 수천, 수만가지도 넘는 각각의 성격들이, 마음들이... 고작 혈액형 따위로 결정되어 질리가 있겠는가.^^; 당신이 그에 대해 진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하는 것은 혈액형이 아닌 그의 마음과 사람됨이란걸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당신의 사랑이 바로 서는 그날까지! 라이너스의 연애사용설명서는 계속된다. 쭈욱~


+자매품: 궁합 안맞는 커플, 결혼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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