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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에서 어떤 사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렸을 때 보았던 마르코폴로 위인전이나 할아버지가 태국에서 사오신 작은 미니 탑에서나 보았던 화려하게 장식된 뾰족한 첨탑들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니 아름답다기보다 표현하기 힘든 신비로움, 뭔가 고대적인 느낌.. 마치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을 헤매다 아무도 없는 집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화려한 가구와 음식들을 보고 놀라는 지친 여행자의 기분이랄까.
감상적인 기분으로 탑들 사이를 걸으며 구경을 하다가 네모난 나무 표지판을 보았다. 뭔지 궁금해져서 다가간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엉성한 나무판에는 3개 국어로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맨 위에는 알아볼수 없는 태국말, 그아래는 영어로 'Don't Climb the wall(벽에 오르지마시오.)'.
이까지는 이해가 갔다. 근데 그 아래는 구불거리는 한국말로 '낙서하지마시오.  벌금 100달러' 세상에...-_-;; 보통 외국에, 특히 관광국을 가면 나름대로 자기 나라에 돈을 많이 쓰는 부자나라를 중심으로 언어표현을 쓴다. 그래서 거의 세계 공통어인 영어와, 외국 여행을 많이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본관광객들을 위한 일어, 또는 인구 수가 많은 중국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정말 부끄럽게도 한국이 선진국이, 부자나라가 되어서 우리를 위한 배려로 한국어가 표기된게 아니라, 위에 쓰인 영어와 뜻도 다르다.

'낙서하지 마시오 벌금 100달러.'

 설마 하는 생각에 눈을 다시 비비고 봐도 사실이다. 너무 부끄러웠다. 도대체가 얼마나 한국어로 쓰인 낙서가 많았으면 그럴까.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서 하루방 코가 여기 저기 부스러져 있고, 세계적인 국보급 문화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각없이 훼손하는데다가 아름다운 금수강산 곳곳에는 시뻘겋고 퍼런 페인트로 자기 이름을 써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 곳곳의 문화재에까지 그 손길이 미쳐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한국어를 빛내고(?)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곡을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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