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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대학시절 댄스 동아리에 잠시 몸을 담았었다. -_-;; 필자도 중,고등학교 시절 당시 유행하던 서태지라던지, 듀스, HOT 등의 춤을 비디오로 보고 연습해서 축제같은데서 춰보던 재미로 춤을 접했다가 대학에 오니 댄스 동아리가 있기에 막연히 입부 지원서를 냈다. 왠지 댄스 동아리하면 자유분방하고 쿨한 분위기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년 초기에 들어온 무려 70명의 신입생이 최종적으로는 15명밖에 남지않은걸 보면 얼마나 동아리의 분위기가 엄격하고 스파르타식이었는지 짐작가시리라. 6시에 모든 대학 강의가 끝나면 7시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 평일에는 2~3시간이상의 기본 연습이 이어졌다. 좋아하는 춤을 출수있는 것도 아닌. 턴이라던가 자세를 잡는 등의 기본적인 훈련만...;

하나,둘 동아리를 그만두는 신입생들이 늘어가고 대신 남아있는 아이들끼리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중 J군이란 신입생이 있었는데... 춤은 살짝 어리버리하게 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외모도 준수하고 키도 크고 꽤나 호감을 주는 친구였다. 근데 보기보다 쑥맥이라 고등학교 때 몇번 고백해서 차여본 경험 말고는 연애 경험이 전무했다. 그러던 어느날 S양이라는 새로운 여학생이 한명 입부를 했고, J군이 그녀를 몰래 눈여겨 보는거 같았다.


라이너스: 이봐, J군.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J군: 뭘?

라이너스: 시침이떼긴... 너 S양 좋아하지?

J군: ㅋ 눈치챘냐. 응... 왠지 묘한 매력이 끌린다. 근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별로 이런쪽으로 재주가 없잖냐. 고등학교때 몇번 차였던 경험도 있고 영 시도해보기도 두렵네.

라이너스: 좋아하는데 그런게 어딨냐. 너무 서두르지말고 서서히 다가가봐라. 화이팅.^^

J군: 그래, 고맙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멋지게 고백해야지~ 잘되면 한턱쏘마.ㅋ


그러고 나서 필자는 일부러 1학년끼리 친목을 도모한답시고 자리를 만들어 S양 옆자리에, J군을 슬쩍슬쩍 앉혀주곤했다.ㅋ 그리 긴 대화는 아니지만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왠지 시작되는 연인을 보는거 같아 흐믓했다. 그땐 내 코가 석자였는데도.-_-a 그리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J군이 갑자기 나한테 술을 산단다.


J군: 라이너스~ 고맙다. 나, S양이랑 사귀기로 했다.

라이너스: 오~ 축하한다! 근데 몇번 안만나는거 같더니 벌써 고백했냐? S양도 너한테 마음이 있었나보네?

J군: 그렇게 됐다.ㅎㅎㅎ

라이너스: 그래, 어떻게 고백했는데? 


J군이 살짝 어색해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연습 시간 때는 왠지 자기가 S양을 좋아하는 걸 들킬까봐 말도 몇번 못걸어보고 필자가 마련한 두번의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체팅 얘기가 나와서(당시엔 하늘사랑과 세이클럽이 유행이었다.) 아이디를 서로 교환했는데 그리고 나서 3,4번을 체팅으로 만났더란다. 체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왠지 S양과 대화가 잘 통하자 필받은 J군, 천천히 다가가겠느니,멋지게 고백하겠다던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S양을 좋아한다고 사귀고 싶다고 말을 온라인 상에서 해버린것. S양도 처음엔 체팅으로 받은 고백에 당황한듯 했지만 이전부터 J군을 눈여겨본듯 수락을 했다고하고...

여기까지는 얼핏보면 크게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먼저 J군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않았다. 연애에 정석이 어디있어? 그냥 결과만 좋으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연애에 있어서 결과란 무엇일까? 고백을 해서 승락을 받아내는것? 아니다. 그건 시작일뿐이고 연애 관계를 얼마나 부드럽고 행복하게 지속시켜 나가느냐다. 그럼 문제가 뭐냐고? 

첫째,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연애에 있어서도 순서가 있다.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매이고, 서두르다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체팅으로 고백을 했다는건 아직까지 J군이 S양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않아서이다. 상대를 계속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게 어느정도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질때가 올때...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애틋한 마음이 오가는걸 조금이라도 느낄때... 그때가 바로 고백의 타이밍이다. 보다 관계가 진전됐다면 아마 실제로 만나서 보다 그럴싸하게 고백을 했을것이다. 상대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이뤄지지않은 상태에서 고백을 한 경우 연애 초기에 삐걱거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둘째, J군은 예전에 고백했다가 차였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얼굴을 보고 고백했을때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 때문에 체팅으로 고백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자신의 사랑 앞에 자신이 없었고 당당하지 못했다. 이는 나중에도 두고두고 문제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셋째, 체팅이나 혹은 전화로 고백 받은 여자의 기분은 어떨까? 물론 마음에 두고있던 사람이 자기를 좋아한다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장미 꽃다발과 피아노 연주의 거창한 고백까진 아니더라도 사랑의 시작과 로맨틱한 고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환상을 가지고 있던 여자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자기를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는 않는구나하는 실망을 느낄수도 있다. 설혹 여자도 마음이 있어 남자를 받아들였다 할지라도 두고두고 그게 원망거리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필자도 J군이 고백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 질문이지만 여자들끼리 흔히 하는 질문들인...


"그가 어떻게 고백했어?"

"어디에서 어떻게 했어?"

"누가 먼저 좋다고 한거야?"


...라는 질문이... J군과 S양이 사귀는 중에도 계속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그럴때 남들은, 바닷가에서 했느니, 남자친구가 노래를 불러줬느니, 꽃다발은 어땠고, 분위기는 어땠느니... 하는 말들이 오고갈때 S양 입장에서는 단 한마디도 할수없을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기에게 그 질문 자체가 오지않길 바랄지도... 물론 사랑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이상 남들에게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사랑을 하는걸 꿈꾸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한동안 만남을 지속하던 J군과 S양은 그리 오래 지나지않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 둘이 단지 고백을 체팅으로 했기때문에 헤어진건 아닐것이다. 하지만 J군에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연인이란 관계가 형성되고 난 후의 어색함을 극복할 스킬이 부족했고, 또한 상처받을걸 두려워하여 S양에게 마음을 충분히 열지못하고 늘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던 J군의 태도를 힘겨워하고 섭섭해하던 S양도 J군과 끊임없이 트러블이 생길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별 역시 마치 사귀자는 고백했던 그때처럼, 실제로 얼굴을 마주 한 상태가 아닌 J군 쪽에서 휴대폰 문자로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역시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걸까.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 이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동이다.

류시화 님의 시 중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라는 문구가 있다. 진정 상대를 사랑한다면... 상처받을까 두려워하지 마라. 깨어지고 넘어지며 배우는게 인생이듯. 사랑 또한 그러할지니... 그녀를 진정으로 얻고싶다면 서두르지말고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녀에게 다가가라... 그리고 당당하게 고백하라. 자신의 사랑 앞에 당당할수있는 사람, 그런 당신에게 그녀는 마음을 열게 될것이다. ^^

공감가신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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