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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서면에서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집 근처에서 40분이 넘는 거리기에 자리가 없나 기웃거리다가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났다. 근데 하필이면 험상궂게 생긴 쩍벌남(지하철에서 다리를 넓게벌려 두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의 옆자리. "실례합니다"란 말과 함께 다리를 벌렸거나 말았거나 일단은 억지로 어떻게 끼여앉았다. 애써 의연한척하고 앉아있지만 왠지 옆 얼굴이 뜨겁다. 흘낏 쳐다보니 짧은 스포츠 머리에, 검은 피부, 구두에 검은색 기지바지, 덩치가 드러나는 흰색 쫄티에 목에는 금목걸이까지 한 그 남자. 숨을 한껏 몰아쉬고있다. 뭐 어쩌겠어. 같이 앉으라고 있는 자리인데! ...하면서도 내심 신경이 좀 쓰이긴한다.;; 그때 정적을 깨며 울리는 전화벨 소리,


"날봐날봐~ 귀순! 날봐날봐 귀순!"


바로 그 쩍벌남의 휴대폰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 험상궂은 얼굴 만면에 웃음을 가득 채우며 갑자기 스마일맨으로 변신하고 만다. 근데 그게 더 무서워.ㄷㄷㄷ;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인듯. 한동안 신나게 통화를 하던 그 남자의 입에서 가공할 만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 우리 강생이(강아지)~ 오빠가 얼릉 갈께에~"

차라리 "형님, 갈치파가 우리 조직을 습격했습니다"라면 덜 놀랬을듯.ㅎㅎㅎ; 왠지 어울리지않는 그 남자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사랑에 체면이 어디있겠는가? ^^;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연인을 어떤 애칭으로 부르는가? 몇가지 재미있는 연인의 애칭에 대해 얘기해보도록하자.^^


1.오빠
동갑내기, 연상연하 커플도 많지만 보통 남자가 연상인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애칭일듯. 특히 형제 중에 오빠가 없는 여자가 너무 해보고싶은 말이자, 여동생이 없는 남자가 들으면 그야말로 사르르 녹아내린다는 바로 그 말.^^ 여자의 입장에선 오빠처럼 의지할수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남자의 입장에선 내면속에 감춰진 보호본능을 일깨워주는 말이 아닐수없다. 간혹 그대로 굳어져 결혼 후에도 계속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ㅋ

2.동물형
주로 사랑하는 연인을 동물에 비유. 강아지, 고양이, 야옹이, 멍멍이, 다람쥐... 주로 귀여운 대상에게 비유하여 애정을 표현한다. 다만 연애 기간이 일정 이상 길어지게되고 서로에게 익숙해 질때가 오면 그 귀엽던 강아지가 똥개나, 개똥이로 렙따(레벨 다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필자도 사실 이 과에 가깝다. 처음엔 여자 친구를 강아지라고 부르다가 멍멍이는 왠지 남성적이고 큰 느낌이 들어서 요즘엔 뭉뭉이로...^^; 우습게도 필자의 여동생은 야옹이, 여동생의 남친은 멍멍이라고^^; 그럼 필자도 고양이과인가? -_-a

3.신혼형
남편, 여보, 서방, 마눌... 밖에서 이런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커플을 보고, 필자는 결혼한 커플인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 전에도 이런 표현을 쓰는 분들이 꽤나 있다고. 이는 남자친구, 애인, 오빠보다 한층 높은 소속감 내지는 친밀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결혼은 하지않았지만 마치 결혼 한것처럼 상대방에게 구속을 받고, 또 구속을 하고싶어하는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 구속이 나쁜거라구? 사실은 커플링도 내꺼에 손대지 말라는 일종의 귀여운 구속이다.^^; 근데 의외로 서인영도 이런 케이스인가? 크라운 제이에게 서방이라고 불렀던걸 보면...

4.닭살형
자기야, 애기야, 허니, 달링, 공주님, 왕자님, 이쁘니... 닭살커플의 전형적인 표현. 들으면 간지럽기도하고 특히 커플이 이런 애칭으로 서로 부르는걸 솔로가 목격할 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수도 있다고...ㅎ; 평소땐 꽤나 무뚜뚝한 남자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겉으론 간지러워하면서도 속으론 은근히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고...

5.적응형(?)
미련곰탱이, 꿀꿀이, 개똥이, 똥강아지... 연애 초반부터 이렇게 부르는 경우는 없지만 보다 닭살스러운 다른 별명이었다가 이런 애칭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상대가 쉬워지고, 아무렇지도 않아졌다기보단 그만큼 더 친밀감해지고 편안해졌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될듯. 예전 우결 맴버의 환희가 박화요비에게 불렀던 애칭이기도하다.

6.개명형(?)
동갑끼리는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많고, 나이가 많은 쪽이 어린 쪽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선 석준->쭈니, 혜정->쩡아, 경호->호야, 정훈->후니, 경희->희야. 등으로 귀엽게 바꿔부르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이승철의 '희야'란 노래가 있다. 몇년전 이승철의 콘서트에서 이름이 희자로 끝나는 여성을 무료 입장 시켜줘서 화제가 됐던 적도 있다.^^


처음부터 이름을 불러왔던 커플은 별 상관이 없지만 평소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는게 생활화된 커플의 경우,
 
"야, 류혜정!"

...하고, 갑자기 정색하고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한단다. 이는 주로 화났을 때, 아니면 심각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는 일종의 신호이기도함으로... 또한 때때로 사람들이 많은 밖에서 상대를 애칭으로 부르다보면 민망할 때도 있다. 필자의 경우도 H양에게, '뭉뭉이'란 애칭을 쓰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가끔 무의식중에,

"뭉뭉아, 그거 가져왔어?"

...라는 말을 하곤하여, 주변 사람들을 경악과 흥분에, 그리고 H양을 민망의 도가니에 몰아넣곤해서, 요즘엔 의식적으로 밖에서는 이름으로 불러주려 노력중이다.^^; 어쨌거나 이렇듯 다양한 연인들의 애칭이 있지만, 이들 애칭 모두의 공통점은 서로를 보다 사랑하고, 보다 친밀하게 다가가게끔 하는 일종의 마법의 주문(?)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이라도 사랑하는 그녀, 혹은 그에게 잘어울리는 귀여운 애칭 하나를 지어줘보면 어떨까? ^^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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