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과 사슴의 도시 나라... 이곳까지 왔는데 카스가다이샤(春日大社)에 안가볼수가 없다. 768년에 후지와라 가문에 의해 세워진 일본 3대 신사 중의 하나이다. 주변엔 푸르른 숲과 산을 끼고있고 올라가는 길은 석등롱이 늘어서 있어 매우 운치가 있다고한다. 게다가 입구쪽 2천개, 내당쪽 1천개, 합쳐서 무려 3천개의 석등이 있다고 하니 과연 실제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신사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사슴... '나라' 지방에선 사슴을 신성시하기에 풀어놓고 키운(?)다.ㅎㅎ 나라 지방의 시조신이 사슴을 타고 왔기에 그렇단다. 어쨌든 신의 전령이었다는 우리의 사슴 님... 동생이 가진 부채를 힐끔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체통을 지키셔야죠.ㅋ


얼마를 걸었을까...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로 자갈이 깔린 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입구가 보인다. 앗. 그런데 저것은! 만화에서나 보던 신녀(神女)가 아닌가! 앗, 랜즈가 30mm 밖에 안된다. 재빨리 근처로 뛰어가보자.


왠지 신기하다. 저렇게 일견 화려하고 남달라보이는 신녀지만 막상 현실세계로 돌아가면 퇴근(?)도 하고 세련된 옷도 입는 평범한 아가씨라고한다. 물론 결혼도 할수있다고..^^; 역사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는건 아니지만 일본의 신녀와 신사 문화는 우리나라의 무당과도 닮았다고한다. 신사에서 신성시하는 물건 구슬, 칼, 창, 거울등의 도구들은 사실 우리나라 무당들이 쓰던 신기와도 동일하고 한다. 백제의 멸망과 동시에 많은 수의 백제 유민들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시기가 서기 670년 즈음이니 시기적으로도 비슷한듯.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지만 사실 신녀의 전신은 무당이 아니었을까...^^;


올라가는 길에 본 건물 솔직히 뭘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 새끼줄 아래 종이를 자르고 접어서 달아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부적의 일종인가?


도리이(鳥居) 앞에서... 도리이란 신사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빨간색 조형물인데 마치 문처럼 생겼다. 일본인들은 옛부터 도리(새)가 신의 사신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 새들이 사람들의 소원을 신에게 전달하러 신사에 왔다가 쉬어가라는 의미로 도리이를 만들었다고한다. 그래서 도리이는 하늘 천(天) 자 모양으로 생겼다고한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견신(犬神)같은데서 봤었는데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군. 그 당시도 신사와 신녀, 도리이 등의 많이 낯선 문화에 대해 약간의 이질감과 흥미를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 기념 사진 한장.^^;


신사 안쪽으로 가는 길에 본 석등들... 모두 합치면 30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와, 대단하다... 이 석등은 귀족, 사무라이, 평민,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기증한 것인데 2월의 절분(2월14)과 8월의 중원(8월 15일)에는 석등들에 모두 불을 켜는 '만도로'라는 행사를 한다. 또한 이 석등의 갯수를 모두 다 헤아리는 사람들에게는 복이 온다는 전설도 있다고한다. 이참에 다 세어보고 갈까? ㅋㅋ


카스가다이샤 신사 입구. 먼 옛날 일본의 4대 신중의 하나인 다케노미카주치 노 미코토가 사슴을 타고 미카사야마산에 내려왔다고 한다. 후지와라 가문이 이를 신으로 모신 곳이 바로 이곳 카스가다이샤 신사다. 붉은 기둥과 칠이 눈에 확들어온다.


경내 입구에 걸려있는 청동등. 헤이안 시대 후지와라 가문이 황족과 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그 가문은 큰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그 당시는 이곳에 귀족들의 방문과 공물이 끊이지않았으며 심지어는 일왕도 빈번하게 방문했었다고한다. 이 청동등도 그 시절 지방의 유지가 바친 공물의 일부라고한다.


경내의 모습... 뒤쪽으로 몇백년은 된듯한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600년된 측백나무라는데 혹시 신령한 나무일까? ^^; 가톨릭의 생명의 나무(이브가 사과를 따먹었다는 나무)나 북유럽 신화속의 유그드라실(오딘이 마법의 문자인 '룬'을 얻기위해 목을 매달았다는 나무)처럼 세계수 신앙의 한 부분일지도.


경내 전경... 화려한 외부의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소박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본식 건축물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는듯...


경내 입구 석등 앞에서 한컷... 올라오는 길에 2000여개, 경내 근처와 산쪽에 1000여개의 석등이 있다고한다. 왠지 약간 어두운 하늘에 뒤에 석등들이 켜져있으면 강시 영화같은 분위기가 날듯...^^; 어쨌든 3000여개의 석등을 세어 소원은 못빌지만 평소 해보고 싶던 일본 여행을 하니 이미 소원은 푼건가^^;


흐르는 세월에 때가 끼고 이끼가 꼈지만... 여전히 굳건히 서있는 석등 앞에 서니 당시 정성스레 소원을 빌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가는 길에 본 사슴상... 이 안에서 만난 사슴들은 다 귀여웠는데 이 사슴은 크기가 황소만하다.ㄷㄷㄷ;

신사를 떠나 다시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걸어내려오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신사 문화 자체는 처음 접해보는 이방인들에게는 이곳은 분명 신비롭고 이색적인 곳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의 특수성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선입관이 없지않았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게 모은 돈으로 석등을 기부하고 불을 밝히며 자신이 믿는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하던 옛사람의 모습에서 마치 예전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의 성공을 위해 기도 드리던 우리의 어머니들의 모습처럼 순수한 믿음을 느낄수있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그토록 간절히 빌어본적이 있던가...^^


흥미있게 보셨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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